[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뉴진스가 ‘소송 없는 계약해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뉴진스와 전속계약 유효성을 주장하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뉴진스의 ‘결별통보’ 이후 어도어가 향후 대응에 나설 시나리오를 선례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저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
최근 열린 시상식에서 뉴진스의 수상소감이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상태에서 ‘뉴진스’로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말처럼 어도어를 떠나도 뉴진스는 ‘뉴진스’로 활동할 수 있을까.
뉴진스는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9일 자정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식화했다. 이들은 “자정이 넘어가면 저희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 못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뉴진스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고, 우리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생각도 없다. 상표권 문제가 아니라 저희 다섯 명이 맨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담겨있는 이름이기 때문에, 뉴진스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진스가 어도어를 나가더라도 그룹명은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계약 해지 이후 그룹명을 두고도 상표권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최근 일본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생방송 출연에 ‘뉴진스’라는 그룹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면 향후 어도어가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설령 이들이 향후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에서 승소하더라도 ‘뉴진스’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상표권)는 어도어에 있기에 팀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 아이돌의 경우 제3자의 무단 도용을 막기 위해 그룹의 결성과 데뷔를 전담하는 기획사가 상표권 소유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개정 표준계약서 제8조(상표권 등)에 따르면 계약 종료 시 ‘기획업자’(기획사)가 취득한 상표권은 가수가 그룹 일원으로 활동했을 경우 기획사와 그룹 구성원 간 합의된 내용에 따라 권리 이전이 가능하다.
다만 기획사의 비용 투자 등을 고려해 가수가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해두고 있어 상표권을 두고 가요계 소송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표권을 가진 회사 입장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진 그룹명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원 소속사가 상표권을 주지않을 경우 멤버들은 향후 활동에서 기존 그룹명을 사용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H.O.T.와 신화는 기나긴 소송을 통해 상표권 소송을 통해 그룹명을 지킨 사례로 꼽힌다. H.O.T.는 2018년 재결합 콘서트 당시 H.O.T.를 풀어쓴 ‘High-five of Teenager’ 이름을 사용하다 김경욱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법적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상표권 소유자라며 공연 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냈지만 그가 제기한 상표 등록이 무효로 확정되면서 패소했다. 신화는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상표권을 양수한 준미디어와 법정 싸움 끝에 법원의 조정을 통해 상표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획사가 가수에게 상표권을 양도하는 분위기로 번지고 있다. 가수가 기획사를 떠난 후 상표권을 대가를 주고 구입하며 ‘합의’하거나 기획사가 가수에게 무료로 상표권을 양도하는 선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표권을 두고 양측이 분쟁하는 게 부담스러울뿐더러 상표권이 주는 당장의 경제적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노리면서 나오는 변화로 풀이된다.
앞서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인피니트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을 인피니트컴퍼니로 무료 이전해줘 화제를 모았다. 이중엽 울림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20대 초반, 젊은 시절을 ‘인피니트’란 이름으로 활동한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에게 이름을 뺏는 것은 못 할 짓이라고 판단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인피니트와 관련된 상표권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도 권지용의 활동명인 지드래곤 상표권을 지드래곤의 현 갤럭시코퍼레이션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그 결과 지드래곤은 새 회사에서 기존 활동명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지난해 아이콘 멤버들에게 상표권을 넘겨주기도 했다. 갓세븐도 JYP엔터테인먼트에 일정 대가를 지불 후 상표권을 양도받아 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다만 계약해지에 대한 합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뉴진스와 어도어가 상표권을 합의하거나 양도할 가능성은 요원하다.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도어가 뉴진스의 계약해지를 받아들이고 뉴진스가 독립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면 팀명을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롤린’ 역주행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는 기존 회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종료하고 워너뮤직코리아와 새 계약을 맺으면서 팀명을 포기해야 했고, 현재 브브걸로 활동 중이다. 7년여를 비스트란 이름으로 활동하다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이별하면서 상표권 합의를 이루지 못해 2017년부터 하이라이트로 팀명을 바꿨다. 올해 4월 극적인 합의점을 찾으며 비스트 상표권을 되찾게 됐다.
뉴진스의 경우 만약 상표권 침해가 고의적이었다고 판단되면 뉴진스는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일 등록된 상표권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표권이 없는 자가 그 보호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상표를 사용할 경우, 이는 상표권침해가 되며 손해배상 등의 민사상 책임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형사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