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대극장 주연…‘천의 얼굴’ 배우로 성장ing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꿈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무대 한편에 서 있던 앙상블은 주연이 됐다. 자신의 단독 영상 클립도 수십 개 생겼다. 이젠 누군가의 꿈이 됐다.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배우 겸 크로스오버 그룹 ‘레떼아모르’ 멤버 김성식의 이야기다.
김성식은 뮤지컬 ‘마타하리’ 2시즌 연속 ‘아르망’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22년 3연에서 첫 주연을 맡아 얼굴도장을 찍고, 현재 공연 중인 4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르망’은 1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영국의 이중간첩 협의로 처형된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르하레타 헤이르트라위다 젤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프랑스 군 소속 파일럿이다.
관객들은 김성식에게 ‘식르망’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로맨티시스트 ‘아르망’에 김성식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녹아들어, ‘아르망’이 살아있다면 그의 모습일 것이라고 호평했다.
◇ ‘마타하리’ 2시즌 연속 男 주인공…자신감 얻으니 ‘불안→재미’
김성식에게 ‘마타하리’는 특별하다. 뮤지컬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고, 이후 ‘레미제라블’·‘벤자민 버튼’·‘베르사유의 장미’ 등 대극장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두 번째 오른 작품인 만큼 지난 시즌보다 좀 더 성장했단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야 이번 연습 과정이 수월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3번째 시즌을 준비할 땐 두려움과 불안이 더 컸다. 주연의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베테랑 이홍기(FT아일랜드)·이창섭(비투비)·윤소호와 함께 캐스팅된 것. 이들을 보며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 주변에서 “(주연이) 처음이니까”라며 다독였지만, 초조하고 위축된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그땔(3연) 생각해보면 너무 못했고, 주변의 인정도 못 받는 것 같았다. 내 공연에 초대하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모든 행동에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며 “어떤 작품을 하든 연습하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인데, 과정이 있는데도 여유가 없어 나 자신을 못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앞서 성황리에 마친 3개 작품에서 얻은 경험치가 쌓여 무대를 대하는 여유가 생겼다. 김성식은 “2년 사이 짧지만 크게 도움 됐다. 4연으로 돌아왔을 때 이를 거름 삼아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자신감이 붙었다”며 “배우는 무조건 경험해야 하는 구나라고 느꼈다. 특히 연기는 무대 경험이 귀하다. 앞으로도 작품을 쉬지 않으면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감과 자만은 다르다. 스스로 자신의 낮은 모습을 봤기 때문에 도전정신이 강해진 것이다. 자존감도 성장하니 연습 과정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했다. 3연 당시 김성식을 걱정했던 권은아 연출도 그의 달라진 모습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젠 손 번쩍 들고 “제가 먼저 불러 보겠습니다”라며 먼저 나서기까지 한다.
김성식은 “무대 위 내 모습이 어설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뭘 해도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매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 자신감 있게 더더더 용기 내서 무대에 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 로맨티시스트의 변신은 무죄…‘엘리자벳’·‘웃는 남자’·‘팬텀’ 등 내게로 오라!
김성식은 이번 ‘마타하리’를 하면서 또 하나를 깨달았다. ‘아르망’이 ‘마타하리’ 곁만 지키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 극 중 ‘아르망’의 큰 존재감을 느낀 그는 “절대 작은 역할이 아니다. 책임감이 커졌다”며 캐릭터에 애정을 보였다.
그의 몰입감은 무대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타하리’가 모든 짐을 짊어지고 세상과 작별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르망’이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실패! 군인들에게 끌려 나가면서 발버둥 치며 절규하는데, 이때 자기 양팔을 붙잡고 있는 군인들을 때릴 기세로 덤벼든다. 힘에 부치면 아예 드러눕는다.
김성식은 “내가 ‘아르망’이었다면 ‘마타하리’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안 끌려 나갔을 것이다. 그녀가 죽을 걸 아는데, 그렇게는 절대 못 나간다”고 자기 생각을 강하게 어필했다.
김성식에게 뮤지컬 배우란 단순 직업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선물 같은 존재이자, 세상을 재밌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거나 다른 이의 색깔을 닮고 싶지 않다.
순하고 착한 이미지만 언급한다면 김성식을 모르는 것이다. 그 안에 숨겨둔 남성미를 못 봐서다. 그는 “하고 싶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 남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다”며 “어느 것 하나 국한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길을 스스로 닦고 있다.
무대에 오르고 있는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는 김성식은 “뮤지컬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데 많은 분께 사랑도 받고 있다”며 “내가 동경했던 이들처럼 나도 그 행복을 나누고 싶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응원해주는 모든 이에게 보답하고 싶어 더 잘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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