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분석엔 ‘T’·감정 몰입엔 ‘F’…맑고 순수한 ‘베르테르’에 깊이 스며들어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지극히 MBTI ‘T(사고형)’ 성향이었다는 그룹 멜로망스의 김민석. 그랬던 그가 뮤지컬 배우 활동 후 점점 ‘F(감정형)’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진 것이다.

김민석은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정식 데뷔,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베르테르’에서 운명의 여인 ‘롯데’를 만났으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베르테르’를 노래하고 있다.

그가 표현하는 ‘베르테르’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청년이다. 첫사랑의 애틋함을 풋사랑으로 해석하지 않고, 운명적 사랑 앞에선 ‘바보’가 되는 순박한 한 남자를 그려낸다.

김민석만의 ‘베르테르’를 완성하는 데에 있어 ‘T’ 성향이 도움 됐다고 한다. ‘INTP(논리술사)’인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상황을 대했는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을 내뱉었는지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감정을 이해하기보단 그런 마음 상태에 있다 보면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에 접근이 쉬웠다”며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걸 놓치게 됐을 때 절망감을 느낀다. ‘T’라서 이해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베르테르’의 직진 행보를 더욱 부각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김민석은 “나만의 ‘베르테르’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롯데’에 대한 사랑이 엄청 순수해 보이길 바랐던 것 같다. 그래야 그를 이해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베르테르’가 밉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 사랑 앞에서 정신 못 차리는 ‘바보’…‘베르테르’ 통해 따뜻한 ‘위로’ 배워

감정적으로 깊게 스며들면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된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약혼자가 있는 ‘롯데’의 사랑을 갈구하는 ‘베르테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김민석은 “‘베르테르’도 자기 행동이 잘못됐단 걸 모르진 않았을 같다”면서도 “다시 태어나도 영원한 내 사랑은 ‘롯데’ 하나라고 생각하며 접근하고 있다. 그게 아니고선 극 중에서의 행동들이 이해될 수 없다. 깊게 통했단 기분을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롯데’를 만나 기뻐하고 정신 못 차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만남과 연락이 쉽지만, 그땐 너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발하임으로 여행 와서 영혼이 동화하는 여성을 만나, 다신 오지 않을 사랑이라는 생각에 목숨까지 걸었다. 이게 전부다. ‘롯데’를 놓치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학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사랑이 또 오겠느냔 생각에 ‘베르테르’의 간절함이 더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긋난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베르테르’를 대변한 김민석은 “극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가다 보니,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그의 삶에 ‘베르테르’가 스며들다 보니 평소 모습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평소 같으면 고민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그냥 해야 해”라고 다그쳤던 김민석이다. 이젠 “네 탓이 아니다. 괜찮다. 너무 자책하지 마”라고 위로한다.

김민석은 “예전엔 아니면 아니었다. 친구가 이해 못 할 행동하면 좀 바보 같다며 치부하고 ‘그러지 마’라고 했다. 지금은 그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네 잘못 아니야’라고 얘기한다. 그런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나도 놀랍다”며 “(성격이) 변한 걸 보고 작품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더 많은 배역을 소화하는 게 목표다. 김민석은 “‘모차르트!’, ‘웃는 남자’, ‘킹키부츠(찰리 역)’ 등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베르테르’를 찾아오는 관객들과의 약속을 먼저 지켜야 한다. 누가 봐도 김민석만의 ‘베르테르’를 완성하는 것. 그는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베르테르’로 설득력 있게 찾아뵐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며 “항상 감사드린다. 남은 공연들도 와서 잘 즐길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 다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인사했다.

한편 뮤지컬 배우로서 감정선이 더욱 깊어진 김민석의 ‘베르테르’는 오는 3월16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