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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이이담은 늘 매력적인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났다. 미스터리한 얼굴이 짙은 JTBC ‘공작도시’(2021) 김이설도, 능력 있는 간호사지만 비밀이 많았던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속 민들레도 얼굴이 다양했다.
이번엔 티빙 ‘원경’이다. 원경(차주영 분)의 본방 나인에서 후궁으로 권력 상승을 몸소 체험하는 채령을 맡았다. 초반부만 하더라도 원경의 신임을 받는 등 인간적인 면을 보이나, 태종(이현욱 분)에게 승은을 입고 나서부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세 번째 작품만에 얄밉고 못된 얼굴을 보여줬다.
이이담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내용보다는 드라마에 있는 대본에 집중하려고 했다. 채령은 실존인물이지만, 상상이 많이 가미된 인물이다. 채령이 누군가를 믿고 좋아했든, 질투와 시기에 음모를 꾸미든 모두 진심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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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은 노출 신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이담은 채령과 방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합궁신에 임해야 했다. 여배우에게 노출신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본 읽었을 때 노출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쿵’하고 다가오진 않았고, 스며드는 듯 했어요. 촬영 전까진 딱히 부담이 없었는데 막상 다가오니까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처음 접해보는 연기라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왕의 승은을 입은 것은 자신을 거둬준 원경에게 배은망덕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채령을 연기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채령은 누굴 만나도 계속 연기를 해요. 다른 얼굴을 하고요. 진심과 무관하게 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거죠. 감정 호소를 하고, 더 얄미운 짓을 하고요. 채령의 실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채령이 외로운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지만, 연기할 때 힘들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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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착착 올라가고 있다. 데뷔작부터 여주인공으로 시작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선과 악, 현대물과 사극을 오가며 각양각색 얼굴을 보여줬다. 특별한 예능 없이 작품으로만 설득하는 셈이다. 20대 신인 중 눈에 띄는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다. 다음 작품 역시 이이담이 보여주지 않은 청춘 로맨스다.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돌아올 계획이다.
“엄청난 운빨이 따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운이 언제까지 갈지 궁금해요. 기회 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요. 제가 봐도 좋은 기회를 얻고 있거든요. 운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겠어요. 쉬고 있을 때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일을 하고 싶은데, 혹여 선택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있잖아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끝나고 6~7개월을 예정된 게 없이 쉬었는데, 불안했어요.”
이번엔 불안이 적다. ‘원경’에 이어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끝난 뒤 또 다른 작품과 긍정적인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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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대본을 읽으면 작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에 발 붙은 이야기들이요. 제 옆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요. 아무리 봐도 본업을 잘하는 사람들이 멋있더라고요. 저도 본업 잘해서 인정받고 싶어요. 그때까진 정말 열심히 잘 해야죠.”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