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된 전라북도가 경쟁을 벌인 서울시와 어떠한 방식으로 협업할까.

전북도는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36 올림픽 국내 유치 도시 선정 투표에서 유효득표 61표 중 무려 49표를 획득, 11표에 그친 서울시를 제쳤다. 김관영 전북지사를 비롯해 현장을 찾은 전북도 관계자 300여 명은 함성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곧바로 김 지사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올림픽 유치 신청도시 개최 협약서를 체결했다.

예상을 깬 결과다. 애초 1988년 올림픽을 개최, 인프라를 두루 갖추면서 국제 인지도가 있는 서울시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투표에 앞서 시행한 프레젠테이션(PT) 이후 “전북도가 이길 것 같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실제 결과로 반영됐다.

투표권을 지닌 한 대의원은 “나 역시 서울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PT 이후 전북에 표를 안 줄 수 없더라. 치밀한 전략과 절실한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가 PT 발표에 참석했는데 김 지사는 시작부터 질의응답까지 모든 걸 책임지며 대의원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체육회장은 “서울의 PT는 완벽했다. 전북의 PT는 마음을 움직였다”면서 “김 지사께서 직접 발표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대의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북은 무주를 앞세워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는데 강원도 평창에 밀려 국내 도시 선정에서 좌절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하계올림픽 유치 후보지로 뽑히면서 한을 풀었다.

유치전에 앞장선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은 “과거 가능성 있냐는 비아냥을 들었는데 죽기 아니면 살기로 대의원의 마음을 두드려왔다. 이제 시작이다. 본선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마음을 얻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IOC가 지향하는 친환경 정책 뿐 아니라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 실현 등을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올림픽 유치시 육상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고,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등을 통해 분산 개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전북이 실제 올림픽 유치에 다가서려면 성공 개최 경험과 인프라를 지닌 서울과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서울의 인프라 활용은 물론, 세계 10대 도시로 꼽히는 상징성 역시 본선 투표에서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라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북도의 유치 도시 선정을 축하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우리 도민의 간절함과 절박함을 대의원께서 받아주셨다”면서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이 준비한 계획 중 좋은 걸 받아들이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