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 착각 불러오는 장진만의 유쾌한 ‘폭소 유발’ 대본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애드리브를 10%나 했어?”

연극 ‘꽃의 비밀’ 연출 장진 감독이 ‘까를로’ 역 최영준의 한 마디에 발끈했다. 배우들이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과 최영준은 12일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열린 ‘꽃의 비밀: 관객과의 대화-수다데이’에 참여, 무대 뒤 숨은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꽃의 비밀’은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극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주부들이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쳐 120분 동안 폭소가 끊이지 않는다.

배우들의 현실 연기가 돋보여 마치 대본이 아닌 애드리브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에 최영준은 “어릴 적 장진 감독님의 희곡집을 사서 본 기억이 있다. 이게 정말 대사였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 속 배우들의 말들이 정말 그렇게 쓰여 있었다. ‘꽃의 비밀’도 애드리브 없이 90%가 대본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진 연출이 대본 외의 10%를 꼬집었다. 그는 “공연도 재기발랄하지만, 연습 땐 모든 것을 열어놨다. 배우들에게 느낌이 나오는 대로 말해달라고 했다. 만약 애드리브가 재밌으면 (해당 장면에서) 약속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들이 정말 애드리브를 안 했다. 연습 과정에서 이미 수십번 맞춘 다음 약속된 연기다. (최영준이) 수학적으로 분배적으로 둔해서 그런데, 10%는 아닐 거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를 찍었다.

장진 연출은 “순간적으로 배우들에게서 나오는 어떤 것들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 그 배우들의 ‘신’이 잠깐 내려주신 감각으로 하는 것”이라며 “(애드리브의) 비율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애드리브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자꾸 (애드리브를) 하다 보면 제목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바뀔 수 있다. 애드리브는 최소, 정말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선옥·정영주·장영남·이엘·이연희·김슬기 등 국보급 배우들이 16인 16색의 매력을 터뜨리는 ‘꽃의 비밀’은 5월11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