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 경쟁 아닌 폭력”…美 육상 경기, 바통 폭행 사건에 공분 확산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미국 고등학교 육상 대회에서 한 선수가 경기 도중 자신을 추월한 상대의 머리를 바통으로 가격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서 열린 실내 육상 선수권 대회 4X200m 계주 결승 2차전에서 I.C.노르콤 고등학교 소속 알라일라 에버렛(고3)이 브룩빌 고등학교 케일런 터커(고3)를 바통으로 때리는 영상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며, 가해 선수 측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피해 선수는 뇌진탕과 두개골 골절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

◇ 2위 다툼 중 바통으로 뒤통수 가격… 피해 선수 그대로 쓰러져

사건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서 열린 실내 육상 선수권 대회 4X200m 계주 결승에서 발생했다.

당시 에버렛과 터커는 2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곡선 구간에서 터커가 에버렛을 앞질렀고, 이 순간 에버렛은 들고 있던 바통으로 터커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충격을 받은 터커는 바통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비틀거리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터커는 의료진의 응급 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현재 뇌진탕 및 두개골 골절 가능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터커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기 심판진은 즉각 에버렛의 팀을 실격 처리했다.

◇ “팔이 걸려 실수” vs “고의적인 폭력”… 진실 공방

논란이 거세지자 에버렛 측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에버렛은 한 지역 매체와 인터뷰에서 “달리다가 팔이 걸려 균형을 잃었고, 그 과정에서 바통이 상대 선수의 머리에 닿았다”며 폭행 의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터커는 “곡선 구간을 지나기 전부터 에버렛이 팔꿈치로 내 팔을 계속 쳤다. 앞질렀을 때 갑자기 바통으로 가격당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내놨다.

◇ 피해자 가족 “공식 사과 없었다”… 에버렛 측 “살해 협박·인종차별 피해”

사건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가해 선수 부모와 팀 감독이 사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가족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터커의 부모는 한 지역 매체를 통해 “아직까지 가해 선수 본인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에버렛은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살해 협박과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고 있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피해 선수에게 직접 사과하려 했지만, 터커 측이 SNS에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버지니아 고등학교 체육연맹(VHSL)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에버렛의 실격 조치는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VHSL 관계자는 “폭력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며, 해당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추가 징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기 중 충돌이 아닌 스포츠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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