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지난해 처음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을 때 화두는 ‘높은 코스’였다. 높아도 ABS에 걸치면 스트라이크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투수들이 적응해야 했다.

올시즌은 상황이 달라졌다. 존 자체를 아래로 1㎝가량(키 180㎝ 기준) 낮췄다. 자연스럽게 ‘낮은 쪽’이 타깃이 됐다. 시범경기에서는 땅에 떨어지는 커브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지난해 투수들은 “어릴 때부터 낮게 던지라고 배웠다. 일부러 높게 던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아예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과, 높은 쪽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게 던지는 것은 다른 얘기다.

올시즌은 얘기가 다르다. ‘하던 대로’ 낮게 던지면 된다. 롯데 정철원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낮은 공을 잘 치는 타자도 있지만, 존 수정은 투수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체적인 의견을 보면, ABS 조정으로 투수들의 숨통이 조금 틔었다고 본다. 지난해는 볼 판정 받았을 공에 스트라이크 시그널이 울릴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떨어지는 변화구 활용 폭이 늘었다. ‘땅바닥에 떨어져도’ 스트라이크다. 판정은 포구 위치가 아니다. 존을 통과할 때 결정된다. 바깥쪽 낮은 곳으로 날아드는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다. 물론 몸쪽 낮은 공도 마음껏 던질 수 있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반대급부로 유인구 활용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높은 코스를 활용하는 패턴이 많았지만, 올해는 타자들의 시선이 낮아진다. 땅볼 유도형 투수들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낮은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 유리한 카운트를 잡을 수 있고, 긴 이닝을 소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맞춰 타격 타이밍과 스윙 패턴을 조정해야 한다. 특히 몸쪽 낮은 코스는 타자들에게 까다로운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낮다’ 싶어도 배트를 내야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과감하게 한쪽 코스를 ‘포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이 중요하다. 기다리는 전략은 바뀐 스트라이크 존에 효과적이지 않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볼넷 개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볼 판정이 줄어들면 출루율이 낮아진다. 볼넷을 많이 얻던 타자들이 불리하다. 컨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타 생산력을 높여야 한다. 적극적인 스윙이 중요해졌다.

지난해 만연한 타고투저 현상이 조금은 완화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낮은 ABS’가 형성할 변수는 시즌 판도를 예측불허로 몰아넣는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