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K팝 아이돌 그룹의 운영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져도, 완전체는 유지된다.
과거에는 ‘연예인 최대 전속 계약 기간’인 일명 ‘마의 7년’을 기점으로,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그룹 활동도 중단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멤버들이 각기 다른 소속사로 갈라져도, 완전체 활동을 지속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7인조 걸그룹 드림캐쳐가 가장 가까운 사례다. 이들은 멤버 중 한동, 다미, 가현 등이 소속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잔류하는 멤버 중 지유, 수아, 유현은 유닛 활동 예정이고, 시연은 밴드 활동을 준비 중이다. 다만 완전체의 길은 열어뒀다. 소속사는 세 멤버가 계약 만료로 떠나지만 “그룹에 대한 애정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드림캐쳐로서의 활동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팝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녀시대는 태연, 효연, 유리, 윤아만 SM엔터테인먼트에 남고, 나머지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로 이적했으나 2022년 완전체 컴백을 성사시켰다. 올초에도 SM엔터테인먼트 30주년 기념 콘텐츠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며 완전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핑크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네 멤버 모두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다른 기획사로 옮기거나 개인 레이블을 설립했으나, 팀 활동은 YG엔터테인먼트에서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그룹 브랜드와 개별 활동을 분리하는 방식이 K팝 업계에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년 전속 계약이 종료된 후 굳이 ‘해체’ ‘완전체 중단’ 등을 발표해 지금껏 쌓아올린 그룹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활동과 개별 활동이 공존하는 전략이 향후 보편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방식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기 다른 소속사에 속한 멤버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룹 상표권을 누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져 활동 방향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글로벌 팬덤의 강화로 멤버 개개인의 브랜드 가치에 격차가 심화되면, 완전체 활동이 ‘기약 없는 약속’에 머물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개별 활동이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그룹 활동이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가요 관계자는 “K팝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며 개별 브랜드와 그룹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최근의 경향”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완전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은 멤버들의 의지와 팬들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