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장점이 없던 투수’와 ‘공 빠른 임찬규’. 조합이 이상하지만, 한 투수를 두고 나온 말이다. LG 필승조 이지강(26) 얘기다. 비결이 있다.

염경엽 감독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 앞서 “이지강이 포크볼을 어느 정도 장착하면서 달라졌다. 작년까지 결정구가 없어 애를 먹었다. 김광삼 코치가 이지강에게 맞는 그립을 찾아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2스트라이크까지는 잘 잡았다. 이후 파울이 계속 나왔고, 안타를 맞았다. 결정구가 없어서 그렇다. 오프스피드 피치가 필요하다.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없었다. 그래서 포크볼 장착에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이지강은 올시즌 네 경기 등판해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 중이다. 7.2이닝 던지며 딱 1점만 줬다. LG 불펜 확실한 ‘필승조 카드’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 못한 선수가 아니다. 2023년 2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7을 올렸고, 2024시즌에는 46경기 나서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했다. 이닝도 68이닝-53.2이닝이다.

필승조라 하기는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대신 ‘1군 불펜’으로는 자기 몫을 했다. 2025시즌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비결은 포크볼이다. 안 던지던 구종.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던졌다. 올시즌도 체인지업이 있기는 하다. 대신 ‘메인’을 포크볼로 바꿨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상대를 잡을 수 있는 ‘결정구’가 생겼다.

염 감독은 “김광삼 코치가 일종의 변형 포크볼을 알려줬다”고 했다. 이지강은 “포크볼과 스플리터 중간에 해당하는 구종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지강만 던지는 ‘지강볼’이다.

효과가 나온다. 아직 몇 경기 치르지 않았지만, 9이닝당 삼진이 10.57개에 달한다. 2024년 6.54개, 2023년 5.03개다. 얼마나 늘었는지 확연히 보인다.

염 감독은 “결정구가 생기니 투구수가 줄었다. 타자와 승부가 된다. 삼진도 늘었다. 작년까지는 ‘장점이 없는 투수’라고 할까. 모든 구종이 다 똑같았다.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없지는 않았는데, 구종가치가 떨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 3년째다. 기회는 계속 줬다. 자기가 잡지 못했다. 올해는 아니다. 성장하고 있다. 가능성을 봤기에 기회도 줬다. 포크볼이 되면 이지강은 ‘공 빠른 임찬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