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홈런·4타점 맹타…현지 매체도 “최고의 만능선수” 찬사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양키스타디움에서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정후가 쏘아올린 두 개의 홈런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고, 브롱크스의 응원 소리는 순식간에 침묵으로 바뀌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정후는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기록은 3타수 2안타 4타점 1볼넷. 특히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0-3으로 끌려가던 4회초, 양키스 선발 카를로스 로돈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이어 6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로돈의 커브를 공략해 역전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는 MLB 진출 후 첫 연타석 홈런이자,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이정후는 개인 기록에 대한 질문에 담백하게 말했다.

“중요한 건 팀 승리다.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를 챙긴 것이 가장 의미 있다. 오늘 같은 날씨에 경기를 해본 건 처음인데, 상대도 같은 조건인 만큼 정신력에 더 집중했다.”

이날 경기는 빗방울이 간헐적으로 흩뿌리고 체감 기온도 낮아 선수들에게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정후는 “추위와 비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뉴욕을 ‘빅 애플(Big Apple)’이라 부르는데, 좋아하는 과일이 사과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정후는 방싯하며 “나는 사과보다 복숭아를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 메이저리그 2년 차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고 유쾌한 인터뷰로 대응한 것.

또한 지역지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지난해 재활 기간 동안 구단의 지원이 컸다”며 “이제는 팀에 보답할 때”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후의 활약에 미국 현지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빅리그 적응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날렸다”고 보도했다.

NBC스포츠는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한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최고의 만능선수”라고 호평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인 이스트베이 타임스는 “양키스타디움의 ‘브롱크스 동물원’이 이정후의 홈런 두 방으로 조용한 도서관이 됐다”고 묘사하며 그의 임팩트를 전했다.

이정후는 이번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 홈런 3개, 7타점, 타율 0.444(9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MVP급 활약을 펼쳤다.

시즌 누적 타율은 0.352로 뛰어올랐고, OPS는 1.130에 달한다. 홈런 3개, 11타점, 도루 3개 등 모든 부문에서 이미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었다.

뉴욕의 밤을 정적에 빠뜨린 이정후는 곧바로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필리스와의 원정 시리즈를 준비한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11승 4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