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나도 꿈이 있었다고. 경감 달고 경정 달고 훨훨 날고 싶었다고.”

‘살롱 드 홈즈’ 추경자(정영주 분)는 에이스 형사였다. 남편 노강식(오대환 분)의 총기 사고를 대신 뒤집어 쓰고 경찰을 은퇴했다. 그러나 실력마저 감출 순 없었다. 광선주공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소탕하는데 경자의 역할이 지대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무릎 꿇리고, 연쇄살인범과 격투까지 벌이는 모습에 통쾌하단 반응이 쏟아졌다. 정영주에겐 ‘여자 마동석’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정영주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발차기, 펀치, 둘러메치기 등이 화면 너무 잘 잡아줬다”며 “힐을 신고 춤을 춘 건 긴 세월 해왔는데 남자를 잡아서 넘기고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사실 허리도 다치고 보통 힘든 게 아니었죠. 뮤지컬 하면서 힐 신고 춤춘 건 긴 세월 해왔는데 남자를 잡아서 넘기고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액션스쿨을 3개월 다녔어요. 제가 1994년도에 영화 데뷔할 때 만난 무술감독님이 거기 계시더라고요. 저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요. 힘도 좋고 회전력이 좋아서 주먹이 잘 나간다고요. 그러다가 ‘오늘 왜 이리 뻣뻣해’하고 핀잔줄 때도 있었지만요.”

‘살롱 드 홈즈’는 정영주에게 맞춤옷 같았다. ‘테토녀’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빗댄 말이다.

정영주는 “저도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갱년기가 왔다. 딱 내 얘기”라며 “이번 작품으로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여자 액션이 필요한 곳에 잘 쓰이지 않을까 싶다. 여성들이 이렇게 역동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건 기존 드라마에서 찾기 힘들었다. ‘살롱 드 홈즈’가 그 장을 연 게 아닐까 싶다. ‘여자 마동석’이란 별명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살롱 드 홈즈’는 일상 속 영웅을 조명했다. 아파트 주차빌런, 분리수거와 같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문제에서부터 납치 문제까지 코미디와 스릴러를 적절히 섞어 유쾌하게 풀어냈다.

정영주는 “이렇게 통쾌하기 쉽지 않다. 찍으면서 내내 ‘이렇게 혼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누군가는 분리수거를 안 하는 주민 때문에 누군가는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느냐. 여기 나오는 주인공처럼 집요하고 불의를 못 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거다. 어디선가 일어났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4인방 해결사’ 중 한 명이었던 이시영에 대해 덕담도 건넸다. 최근 냉동배아 임신으로 세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본인 역시 이혼의 아픔을 겪었기에 남다른 감정도 더해졌다.

정영주는 “시영이는 엉뚱발랄하고 모험심도 호기심도 강하다. 드라마를 찍을 때도 ‘네가 행복한 걸 찾아라’고 말해줬다”며 “결혼 생활이 지지부진한 것보다 아이에게 뭐가 좋을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영주는 “쉬운 임신 아닌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엄마이지만 아이를 하나 더 양육해야 하지 않냐.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혼이라는 것도 겹쳤기에 얼마나 긴 시간 고민했겠나. 고민의 깊이나 넓이나 시간을 헤아리기 어렵다. 아끼는 동생이라 생각하기에 순산하라고 다들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아이는 죄가 없지 않냐”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