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3주 연속 시리즈물을 싣는다. 마지막으로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고, 당시 사료를 역순행적 구성으로 조망하면서 광복의 의의를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천안=원성윤 기자] 대한민국의 독립을 향한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태극기’다. 1945년 광복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가 걸린 하계올림픽은 바로 1948년 7월에 열린 런던올림픽이었다.
가는 길이 열악해 녹초가 됐다. 무려 20박 21일이 걸렸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을 갔다. 여객선을 타고 일본 후쿠오카에 도착, 다시 기차를 타고 요코하마에서 배를 탔다. 이후 상하이를 거쳐 홍콩에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성능이 좋지 못해 방콕·콜카타·뭄바이·바그다드·카이로·로마·암스테르담 등 9개국 12개 도시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런던 땅을 밟아 역도와 복싱에서 2개의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한민국, 1947년 5월 IOC 가입국이 되다

독립국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당시 한국 대표였던 이원순은 1947년 5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 참석해 IOC 가입국이 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비록 정부 수립을 하지 못한지라, ‘미국육군군정청 외무처’에서 발급한 여행증명서를 가지고 출국하게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한국 선수단 단복은 이때의 단복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물론 최초의 올림픽은 따로 있다.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동계올림픽(1948년 1월)이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한국은 ‘KOREA’라는 이름을 내건 첫 국제대회인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지만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전 세계에 알렸다. 여운형은 해방 후 조선체육회(현 대한체육회) 회장과 조선올림픽위원회(현 대한올림픽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감격스러운 정부 수립, 그 결실엔 ‘대한민국 임시정부’ 있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보름 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을 하기에 이른다.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중앙청 한 가운데 태극기를 걸고 정부 수립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 시기를 ‘건국절’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헌법 전문에 수록된 바와 같이 1919년 설립된 상하이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게 역사학자의 다수설이다.
임시정부의 다양한 활동이 이를 증명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발간한 ‘독립신문’을 비롯해 대한민력, 대한민국 육군임시군제, 대한민국 육군 무관학교 조례 등이 이를 증명한다. 독립공채 발행 역시 대표적인 사료로 꼽힌다.

독립기념관 염진일 학예연구사는 “임시 정부 초기 다양한 활동 가운데 재정 확보를 위해 발행한 독립 공채는 비밀 국내 행정조직을 통해 판매되어 군자금으로 쓰였다. 법에 근거해 정부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유학생이었던 김정극이 임시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증서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는 것 역시 미국 정부가 임시정부를 인정한 근거가 된다.
태극기를 거는 건 그리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군국주의 팽창을 한 일본의 진격은 중국 본토에까지 손이 뻗쳤고, 상하이, 항저우, 창사, 광저우, 류저우를 1940년 충칭에 이르게 된다. 임시정부는 9월, 한국광복군 설립을 설립하면서 독립전쟁을 통한 광복에 한 걸음 다가선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적 항복으로 광복이 찾아왔다. 35년의 일제강점기가 끝났지만, 미군정은 임시정부 요인의 입국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광복이 석 달이나 지난 11월에나 중국 충칭에서 환국 기념행사를 열고, 꿈에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타고온 C-47 수송기는 현재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 조국의 품에서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
◇연간 160만 명 방문 독립기념관…역사 교육의 산실로 우뚝
독립기념관에는 광복을 꿈꾼 독립투사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다. 연간 160만 명이 방문하는 역사의 산실이다. 총 10개관을 비롯해 캠핑장, 단풍나무숲길까지 조성돼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사전 온라인 예약을 하시면 전문 해설사의 전시관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연말께는 경부고속도로 현 목천IC가 독립기념관IC로 변경될 경우 관람객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관람객이 증가한 배경에는 역사 영화가 한몫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다룬 ‘하얼빈’(2024)을 비롯해 ‘밀정’(2016) ‘암살’(2015) 등과 같은 영화가 나올 때 방문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 고객소통부 황민용 차장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체관람객보다 일반 관람객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상설전시에서부터 특별전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마다 연구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