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정선=원성윤 기자]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언제나 휴식을 꿈꿨다. 혼자서 모든 중대사를 결정했다. 머릿속으로는 왕관을 내려놓을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쉼’은 그렇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마케도니아, 시칠리아, 이집트 등 그가 밟은 땅에서 모두 전쟁이 일어났다. 세상을 손에 얻었지만, 죽기 한 달 전까지 ‘업적록’을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름은 후대에 남겼지만, 살아생전 그토록 바라던 휴식은 얻질 못했다.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해발 1561m 가리왕산을 품은 이곳은 리조트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우구스투스가 이곳에 왔다면, 곧장 원로원에 편지를 보내 쉬어가겠노라 편지를 띄웠지 않았을까.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도시의 속도에 지친 현대인을 깊이 위로한다. 아침엔 요가와 활력을 깨우는 스파로, 오후엔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독서와 아트체험으로, 밤엔 해발 400m 고지에 있는 파크로쉬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별에 오롯이 빠져든다. 임산부가 유독 많이 목격된다. 바로 ‘태교 여행’으로 입소문을 타며 해외 휴양지를 마다하고 이곳을 찾은 덕분이다.
◇ 최적의 숙면과 온전한 쉼을 제공하는 섬세한 프로그램



극찬을 받을 만한 곳이다. HDC리조트가 지난 2018년 개관한 파크로쉬는 국내 웰니스 리조트 톱티어로 손꼽힌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선하는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매년 선정된다.
자연 친화적 설계가 돋보인다. 가리왕산의 웅장한 산세와 조화를 이룬다. 어느 객실에서도 대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만든 거장 류춘수 건축가가 날개 형상으로 설계해 기품을 더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리차드 우즈는 ‘로쉬(roche)’의 바위를 본떠 이를 패턴 아트워크로 넣어 평온한 느낌을 더한다.




정선군 숙암리 설화도 전해진다. 고대 맥국의 왕이 고된 전쟁을 피해 큰 바위 밑 ‘숙암(宿岩)’에서 깊은 잠을 취했다는 이야기다. 이름에 걸맞게 평온한 수면을 취하는 데 제격이다. 객실 내 침구는 물론, 암막 커튼, 카페인이 없는 티와 다도 용품까지 최상의 숙면을 위해 섬세하게 설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수면 자세나 컨디션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2가지 타입의 베개부터 특수 제작한 침대, 시간대나 취향에 따라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4단계 디머 스위치 시스템까지 돋보인다. 돌의 힘을 담아낸 박찬우 사진작가의 ‘스톤’ 작품 시리즈가 객실마다 비치되어 있다. 리조트 전체가 아늑한 현대미술관에 와있는 독특한 아우라를 뽐내는 이유다.
‘노키즈존’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만 16세 미만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제법 된다. 그 때문에 인파로 인한 소음으로 점철된 휴가철 리조트의 리듬과는 궤를 달리한다. 파크로쉬 이재하 매니저는 “소음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재방문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느긋하고 건강한 식사, 충만하게 하루를 채우다




화룡점정은 F&B에서 드러난다. ‘파크 키친’의 조식 뷔페가 일품이다. 천편일률적인 리조트 조식 뷔페에서 벗어났다. 나물과 채소, 된장, 초당 순두부, 숙암 벌꿀, 옥수수 범벅 등 로컬 푸드가 입맛을 돋운다. 셰프가 매년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슬로우 푸드의 철학을 음식과 운영 전반에 반영한 것도 칭찬할 만하다.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느지막이 일어나 체크아웃을 한 뒤에도 오후 12시까지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디너 단품 정선 곤드레 돌솥비빔밥, 태백 묵은지 삼겹 찜, 감자 옹심이와 수제비, 속초 명태회 막국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다.
파크로쉬가 특별한 건 ‘쉼’을 도와주는 특별한 프로그램 때문이다. 리조트 2층에 있는 웰니스 클럽에서는 명상, 요가, 테라피, 피트니스 클래스를 비롯해 야외에서 달리는 아웃도어 클래스 등 다양한 난이도와 카테고리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이 많기에 1박에 머물지 않고 연박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이런 고품격 맞춤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읽지 못한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독서와 사색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전문 독립 출판사 ‘읻다’와의 협업을 통해 엄선한 500여 종의 큐레이션 도서를 선보인다. 다채로운 문학 장르와 아트북 등이 돋보인다. ‘텍스트 힙(Text hip)’ 트렌드에 맞춰 마음에 드는 책의 글귀에 집중해 따라 써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필사 스테이션도 준비되어 있다.
아쿠아 클럽의 사우나와 노천탕도 지친 몸을 달래준다. 가리왕산의 절경 등 청명한 자연 풍광이 온몸을 감싸는 특별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야외 가든에 자리한 글라스 하우스에 울려 퍼지는 음악도 특별하다. 오페라, 뮤지컬, 영화 OST, 클래식 등을 엄선한 ‘도슨트 사운드 콘서트’가 하루 세 번 열린다. 전면 유리부터 천연 목재, 벽돌, 행잉 플랜트 등 자연의 느낌을 더하는 자재들로 완성된 글라스 하우스의 따스한 공간에 최고급 사양의 메이어 사운드 스피커 속 풍성한 선율이 귓가를 간질인다.
우리의 인생은 고단하다. 용기를 내서 쉬지 않으면, 영혼과 육체는 병들어 간다. 파크로쉬는 삶의 쉼표를 찍어 줄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다. 강원도 정선이라는 마음의 허들만 넘으면 된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