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일 휴가…연휴 내내 비 예보

대학로·‘K-뮤지컬 열풍…창작 뮤지컬 풍년

남녀노소 나이 불문 즐길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황금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3일 개천절부터 시작된 이번 연휴는 10일 연차를 썼다면 최대 10일간 휴가다. 대다수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딱 하나의 흠이 날씨다. 추석 당일인 6일까지 전국이 흐리고 곳곳에 비가 내릴 예정이다. 5일부터는 소나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 상황.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시간이 아깝다. 하루 종일 TV 앞에서 리모컨만 돌리기엔 뭔가 그림이 안 좋다.

이러한 고민이 있다면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쾌적한 환경의 공연장을 추천한다.

최근 한국 창작 뮤지컬은 토니상을 휩쓴 ‘어쩌다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과 뮤지컬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장악한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등 세계가 주목한 작품들 덕분에 ‘K-뮤지컬’이라는 수식어를 공고히 다졌다. 국내에서도 ‘뮤지컬 붐(Boom)’이 일면서 식었던 대학로도 활기를 되찾았다.

현재 중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 수두룩하다. 혼자 공연장을 찾는 것에 어색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혼공러(혼자 공연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작품마다 최대 50% 추석 특별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으니, 주체하지 말고 원하는 공연을 관람해보자.

◇ 떼창 유발하는 유쾌·상쾌·통쾌 ‘맘마미아’ ‘미세스 다웃파이어’

남녀노소 나이 불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와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절찬 공연 중이다. 영화로 먼저 흥행한 작품들로, 가족의 의미를 전한다.

‘맘마미아’는 오랜 시간 사랑받는 전설적인 그룹 ABBA(아바)의 대표곡 ‘Dancing Queen’ ‘Gimme! Gimme! Gimme!’ ‘Honey, Honey’ ‘Mamma Mia’ 등이 흥을 돋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두 배의 재미 요소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황정민이 3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뿐 아니라 정성화, 정성훈의 여장, 그것도 베이비시터(보모, Babysitter)로 변신한 모습도 볼거리다. 예사롭지 않은 웃음 포인트와 가슴 울리는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공감이 제일 쉬웠어요! ‘마리 퀴리’ ‘아몬드’

초등학생이 있어 관람 가능한 공연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뮤지컬 ‘마리 퀴리’와 ‘아몬드’는 8세 이상 관람가다. 두 작품 모두 이미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회전문(같은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 퀴리’는 19세기 말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과학자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의 이야기다. 화려한 대극장이나 대학로 마니아들의 선호 장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마리 퀴리’의 용기 있는 도전으로 이룬 불꽃 같은 인생을 담고 있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단 하나 주의할 점은 공연장 내부가 매우 어두우니 앞을 잘 보길.

우리 집에 ‘금쪽이’가 있다면 ‘아몬드’를 강력 추천한다. 작품은 전 세계를 감동시킨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를 무대로 옮겼다. 아몬드처럼 생긴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신경학적 장애를 지닌 소년 ‘윤재’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사람 이야기’를 전한다. 공연 후 부모님 팔짱 끼며 “사랑한다”라고 수줍게 말하는 자녀들을 자주 발견하는 극이기도 하다.

◇ 모든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 ‘레드북’ ‘프리마 파시’

연이라면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서로 지켜줘야 하는 존중을 일깨워주는 뮤지컬 ‘레드북’과 연극 ‘프리마 파시’가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초대한다.

‘레드북’은 보수적인 19세기 런던, 시대의 편견을 딛고 숙녀보단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안나’와 원칙주의자 ‘브라운’이 서로를 통해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배워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대부분 작품은 극의 절정에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데, ‘레드북’은 정의구현으로 참교육해 통쾌함을 맛볼 수 있다.

배우 한 명이 무대를 이끄는 연극 ‘프리마 파시’는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뀐 입장에서 세상에 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능한 변호사에서 썸남에게 성폭행 당한 여인. 그는 절망에 빠져 후회하기보다 문제 해결과 똑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평면적 시각으로 동등하게 전개한다.

◇ 진한 남자들의 숨소리 ‘쉐도우’ ‘데카브리’ ‘조선의 복서’

중소극장에도 여러 작품이 관객들을 마중한다. 대학로 오픈런 뮤지컬 ‘빨래’ ‘옥탑방 고양이’ ‘죽여주는 이야기’ 등도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 작품들이다. 이 안에서 새로운 작품을 원한다면 처음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 ‘쉐도우’ ‘데카브리’ ‘조선의 복서’가 있다.

관객들의 요청으로 연장 공연 중인 ‘쉐도우’는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영조와 사도세자의 ‘임오화변(壬午禍變)’를 배경으로 타임루프 판타지를 더한 록 뮤지컬이다.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지만, 무대 위 시간 속에서는 희로애락을 더한 시간여행으로 빠져든다. 특히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넘버들과 함께 열광의 현장을 만끽할 수 있다.

‘데카브리’는 세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심오한 심리전으로 그린다. 19세기 러시아의 자유주의를 외친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세상에 묻혀버린, 당시 실제 일어났을 사건의 한 장면을 집중 조명한다. 각자의 신념을 대변하는 인물들로부터 ‘다름’과 ‘같음’을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소품 하나하나가 작품이 주는 메시지이니, 수수께끼를 푸는 가벼운 기분으로 접근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브로드웨이 스타 배우들의 상륙 ‘위대한 개츠비’ ‘위키드’ ‘노트르담 드 파리’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이처럼 화려했던 공연이 있었던가라고 감탄할 정도로 웅장함까지 담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와 ‘위키드’ 오리지널 공연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위대한 개츠비’가 현재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와 함께 서울에서 동시 공연 중이다. 이는 세계 최초 기록이다. 한국인 프로듀서인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의 도전이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진 작품이다.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세련된 연출과 아름다운 넘버들이 황홀케 한다. 특히 대표 넘버 ‘For Her’과 ‘My Green Light’는 새로운 축가의 등장을 예고했다.

13년을 기다린 오리지널팀의 ‘위키드’가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로 먼저 접한 관객이라면 1막에서는 사랑스러운 괴짜 소녀 ‘글린다’와 용기 있지만 삐그덕대는 ‘엘파바’를 보며 폭소를 터뜨릴 것이다. 하지만 인터미션 이후 펼쳐지는 2막에서는 마법처럼 숨죽이고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나 더, 2막은 올겨울 찾아올 영화 ‘위키드’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대와 스크린에서 오는 감동은 비교할 수 없다.

전 세계 뮤지컬 팬덤을 거느린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 20주년 프렌치 오리지널 공연도 있다.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 넘버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arlls)’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전율이 흐르면서 작품에 완전히 매료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를 실사판으로 가져온 듯한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흥미를 배가시킨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