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구 황제’ 김연경이라는 이름은 이미 코트 위에서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마감하고, 또 다른 서사를 쓰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28일 처음 방송된 MBC ‘신인감독 김연경’은 그 새로운 출발의 기록이자 도전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예능의 틀을 넘어, 스포츠의 협동, 절실함, 성장을 보여준다.
김연경은 직접 트라이아웃을 열어 팀원을 선발한다. 프로 무대에서 밀려난 선수들, 은퇴했지만 다시 꿈을 꾸는 이들이 모였다. 구단 이름은 ‘필승 원더독스’다.
훈련은 냉정했고, 경기는 예측 불가능했다. 김연경은 첫 상대인 전주 근영여고전을 앞두고 “생각하는 배구를 해야 한다”고 호통을 치며 프로다운 집중력을 요구했다.
불안정한 리시브에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단호하게 포지션을 교체하는 모습에서는 지도자로서의 단단한 리더십이 드러났다. 결국 ‘필승 원더독스’는 첫 공식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1로 승리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후 프로 명문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맞대결은 감독으로서 김연경의 진가를 시험하는 무대였다. 0대8로 끌려가는 초반에도 그는 침착하게 인쿠시, 윤영인, 이진을 교체하며 흐름을 끊었다. 특히 2세트에서 문명화가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자 김연경은 벤치에서 환하게 웃었다. “지금이 진짜 우리 배구야”라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프로 구단과의 대결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과거 IBK에서 방출된 이진과 구혜인이 친정팀을 상대로 뛰었고, 김연경과 IBK 김호철 감독의 신구(新舊) 리더십 대결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과 데뷔 두 경기 차 신인의 맞대결이라는 상징성은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이처럼 ‘신인감독 김연경’의 매력은 예능적 웃음과 스포츠의 감동이 절묘하게 교차한다는 데 있다. 팀 매니저 승관이 김연경의 눈치를 살피며 경기 중 거리 조절을 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냈다. 동시에 감독과 선수, 매니저가 함께 성장하는 ‘팀 서사’를 완성했다.
그 결과 OTT 웨이브에서는 예능 부문 1위를 차지했고, 관련 클립이 유튜브에서 수십만 회 이상 재생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또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방송된 ‘신인감독 김연경’ 첫 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2.2%, 분당 최고 4.0%를 각각 기록했다. 5일 방영한 2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4.0%, 수도권 기준 4.4%, 분당 최고 6.0%로 치솟았다.
첫 회에서부터 낯선 감독으로서의 고뇌, 선수들과의 부딪힘, 드라마틱한 역전승까지 모두 보여 준 ‘신인감독 김연경’은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고 있다. 다음 경기들에서 펼칠 예측불허의 승부와 진심의 순간들에 기대가 모인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