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보법이 다르다. 성장 서사의 색채도 짙다. 기획의 완벽 대신 진심을 택했다. 방탄소년단(BTS)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후배 코르티스가 데뷔부터 무서운 성장세로 K팝신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BTS와 TXT를 키운 빅히트 뮤직의 신인 보이그룹이란 점에서 그렇다. 지난 8월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딘 코르티스는 기대를 성과로 증명하고 있다. 일반적인 성공 공식과 다른 점이 흥미롭다.

코르티스 데뷔 앨범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즈’는 올해 데뷔한 신인 중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역대 K팝 그룹 데뷔 앨범 초동 4위에 이르는 성과다.

음원 성적도 훌륭하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데일리 바이럴 송 글로벌’에서 ‘왓 유 원트’ ‘고!’ ‘패션’ 세 곡이 연이어 정상을 밟았다. ‘고!’는 한국 애플뮤직 ‘오늘의 톱 100’에서 나흘 연속 1위(9월 21일~24일 자)를 기록했다. 올해 데뷔한 보이그룹 중 유일하게 멜론 일간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으로 뻗어나갔다. 데뷔 앨범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5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고!’가 ‘글로벌200’, ‘고!’와 ‘패션’이 ‘글로벌(미국 제외)’에 진입했다.

코르티스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는 데 있다. 스스로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라 부르는 코르티스는 멤버 전원이 곡과 가사를 쓰고 퍼포먼스를 짜는 등 앨범 제작 전반에 참여한다. ‘선 밖에 색칠하다’는 의미의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즈’라는 앨범명은 이들의 활동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획사가 세팅한 ‘상품’이 아닌,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내는 ‘아티스트’로서 접근한 방식이 통한 셈이다. 코르티스는 다소 서툴고 거칠더라도 그 과정에서 진심을 보여주며 팬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이들을 향한 열광의 포인트다.

타이틀곡이 아닌 인트로곡 ‘고!’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행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단 해보자’는 단순하고 솔직한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강력한 칼군무 대신 설렁설렁 추는 듯 팀워크의 범주 안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도 매력적이다. 아울러 “조금 헤매더라도 내 방식대로 해볼래”라는 코드가 팬들에게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 것으로 엿보인다.

한 가요 관계자는 “빅히트 뮤직의 시스템이 훌륭한 토대가 분명하다. 다재다능한 멤버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 가운데서 코르티스의 성공은 아티스트의 자발적인 창작 활동이 주도적이며, 소속사가 유연하게 지원하는 형태”라며 “아이돌 기획의 여러 방식 중 하나인데, 아티스트의 진정성이 의미있게 기능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