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 3808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2심(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오전, 두 사람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선고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로써 2심 선고 1년 5개월 만에, 8년 넘게 이어진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재산분할 액수를 다시 산정하게 됐다.
◇ 대법원 “불법 비자금, 재산분할 기여로 참작 안 돼”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은 핵심 근거는 재산 형성의 기여분을 인정한 ‘300억 원’의 성격이었다. 대법원은 “300억 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에게 지원한 뇌물”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어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지원하고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을 불가능하게 한 노태우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노소영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300억 원이 실제로 SK그룹으로 유입돼 현재 SK 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더라도, 그 원천이 불법적인 자금인 이상 이혼 소송에서의 재산분할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판결에 따라 항소심에서 다시 산정될 재산분할 규모는 1조 3808억 원에서 상당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 ‘노태우 기여’ 인정했던 2심…1심 판결 20배 뒤집어

앞서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으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2022년 12월 1심은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액수를 665억 원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심 재판부는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등 성장의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고, 노 관장도 그룹의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노 관장 측이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00억 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인정, 이를 SK그룹 성장의 종잣돈 중 하나로 봤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을 뒤집고 재산분할 액수를 20배 이상인 1조 3808억 원으로 대폭 상향 판결했다.
◇ 8년 넘게 이어진 소송…다시 고법으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며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 노 관장이 2019년 12월 맞소송을 내면서 긴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두 사람의 재산분할 다툼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