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中 AL 꺾고 롤드컵 4강 진출

‘페이커’ 이상혁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벼랑 끝 위기의 순간, 믿음이 승리 원동력

‘페이커’가 뽑은 수훈선수는 ‘도란’ 최현준

[스포츠서울 | 상하이=김민규 기자] “항상 이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끝까지 한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한다. 언제나 한결같다. 승리에 취하지도 않고, 도에 넘치는 법도 없다. ‘페이커’ 이상혁(29·T1) 얘기다. 차분하면서 단단하다. 그는 여전히 배움과 성장의 길 위에 서 있었다.

지난달 31일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에서 T1은 중국의 애니원즈 레전드(AL)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었다. ‘승·패·패·승·승’을 적어낸 완벽한 대역전 드라마였다.

1-2로 벼랑 끝에 몰린 순간, T1의 승리 원동력은 ‘믿음’이었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4강행을 확정지은 후 스포츠서울과 만난 이상혁은 “2·3세트 때 실수가 많진 않았다. 그래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팀원들과 ‘이길 수 있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5세트, 이들은 장로 드래곤 대치전에서 승리했다. 사실상 승패가 갈린 순간. ‘페이커’의 침착한 연계, ‘오너’ 문현준과 ‘도란’ 최현준의 진입, ‘구마유시’ 이민형의 마무리까지. 순식간에 전장이 뒤집혔다. AL의 넥서스가 무너지는 순간, T1의 불패 신화는 다시 살아났다.

이상혁은 이날 수훈 선수를 묻는 질문에 “‘도란’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오늘 너무 잘해줬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우리’를 말한다. 이상혁은 “헤드셋을 쓰면 현장 소리를 잘 못 듣지만, 응원해주는 팬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그는 소속팀 T1과 4년 재계약하며 2029년까지 활동을 이어간다. 사실상 ‘종신계약’인 셈이다. ‘원클럽맨’으로서 목표는 명확하다.

이상혁은 “선수로서 남은 기간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뜨겁다. ‘롤드컵 3연패’라는 미지의 기록 앞에서도, 그는 조급하지 않다.

“결승에 오른다면 젠지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래도 승부는 모르는 것”이라며 “어떤 팀과 대결하더라도 즐겁게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T1의 상징이자, e스포츠의 역사다. 그러나 그 안의 이상혁은 여전히 자신을 단련하고, 동료를 믿는다. 그가 늘 강조하던 ‘집중과 배움의 자세’는 오늘도 팀을 지탱한다.

“T1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의 확신처럼, 벼랑 끝에서 불패 신화를 지켜낸 T1은 이제 4강 무대에서 또 한 번의 전설을 준비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