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이제 뷰티는 기술 전쟁이다!” 업계 관계자 한마디가 K-뷰티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APR이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하며 화장품업계 1위로 올라선 순간, 한국 뷰티 시장의 판도가 바뀐 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장악하던 ‘전통 화장품 체제’가 흔들리고, 새로운 기술 중심의 ‘뷰티테크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글램디’ 등 브랜드를 앞세운 APR은 화장품뿐 아니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동안 제품력과 마케팅으로만 경쟁하던 뷰티 시장에 ‘기술력’이라는 새로운 경쟁축을 만든 셈이다. 업계는 이를 “K-뷰티 빅리셋의 신호탄”이라 부른다. 제품×기술×콘텐츠가 융합된 구도로 새 판이 짜졌다. 브랜드 중심의 10년 구도가 깨졌다.

그러니 기존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고민이 깊지 않을 수가 없다. 국내 소비 부진과 중국 시장 정체가 크다. 온라인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며 매출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다. 실제 APR의 제품군은 SNS·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MZ세대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 브랜드들은 유통채널 리뉴얼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속도가 다소 더디다.

이런 격차는 해외시장에서 더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 한때 ‘K-뷰티’는 동아시아와 동남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APR의 미국 시장 매출이 급증했고, 일본 아마존·라쿠텐 등 주요 채널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한류 브랜드 수출’에서 ‘테크 기반 글로벌 브랜드’로 한창 진화 중이다. 현지 물류·CS·콘텐츠를 통합 운영하며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OEM·ODM 중심의 제조 생태계가 산업을 지탱했다면, 이제는 R&D·IP·테크 플랫폼이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 공장은 많지만, 기술로 차별화된 브랜드는 드물다. APR의 성공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돌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APR은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테크 기업’에 가깝다”며 “K-뷰티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 셈”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리스크와 과제도 뚜렷하다.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에서 브랜드 신뢰, 품질 일관성, 지식재산권(IP) 보호 등은 여전히 큰 과제다. 또한 원료 가격 상승, 물류비 부담, 환경 규제 강화 등 현실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기술력과 글로벌 감각을 겸비한 브랜드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단기 유행에 그치는 브랜드는 곧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K-뷰티의 다음 10년은 ‘테크놀로지’와 ‘콘텐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품 품질과 감성 마케팅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층 명민해진 소비자들은 실효성, 사용 경험, 브랜드 스토리까지 모두 검증한다. K-뷰티는 지금,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넘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다. APR이 보여준 10조 원의 성공은 그 출발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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