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조진웅의 은퇴 선언에 파장이 크다. 방송가를 넘어 정치권까지 달려들었다. 법적 처분과 도덕적 처벌이라는 철학적 난제가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학교 폭력으로 낙인 찍힌 연예인들이 사실상 퇴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조진웅을 향한 지나친 옹호라는 비판이 나온다.

두 갈래로 갈라졌다. 어린 시절 잘못을 뉘우치고 갱생한 배우를 향한 ‘지나친 단죄’란 주장과 연예인이란 직업이 가진 파급력 탓에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안을 ‘법치주의에 대한 조롱’이자 ‘폭거’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정한 죗값을 치르고 보호 처분이 종료된 지 수십 년이 지난 개인의 치부를, 공익이라는 명분 아래 들춰내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이다. 이 사안을 보도한 디스패치 기자 2명에 대한 고발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정치권도 복잡하다. ‘소년범이었다는 이유로 평생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하는가’라며 갱생의 기회를 중히 여기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피해자의 고통에는 시효가 없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라면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무결성이 요구된다”라는 주장이 대립 중이다. 소년범의 계도와 피해자 중심주의가 맞물린다.

하지만 무게 추는 ‘엄중 처벌’ 쪽으로 기운다. 아무리 법적으로 죗값을 치렀다 해도, 연예인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조진웅의 퇴출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년범이라 하더라도 죄질이 무거울뿐더러, 조진웅을 옹호한다면 모든 법적 처분이 끝난 강력범죄 연예인들의 복귀까지 용인해야 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법적인 처벌이 끝났다고 해서, 사회적·도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지지와 이미지를 먹고 사는 유명인에게는 법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특히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과거 학교 폭력 사실만 드러나도 방송 활동이 중단되는 것이 불문율이다. 학폭보다 죄질이 무거운 조진웅이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이는 또 다른 역차별이다. 최근 디스패치가 보도한 스태프 폭언 및 폭행 의혹까지 더해진다면, 조진웅에게만 면죄부를 줄 명분은 없다. 대중 정서상 그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승자 없는 비극이다. 조진웅은 모든 걸 책임지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과거사가 남긴 파열음은 상당히 크다. 철학적 난제를 만들어 갑론을박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정치권조차 이 사안을 두고 다투고 있다. 그가 출연한 tvN ‘시그널2’는 혼란에 빠졌다. 그 드라마에 참여한 제작진과 출연진, 스태프들은 애꿎게 ‘자식과 같은 작품’에 손상을 입었다.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는다”는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말처럼, 조진웅이 써 내려간 ‘은퇴 사태’는 사건의 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도덕과 법, 윤리에 대한 긴 논쟁의 시작점이 됐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