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혼란스럽다. 피로감도 생긴다. 옹호와 비판, 우려가 뒤엉켰다. 배우 조진웅의 불명예 은퇴를 두고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진웅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차량 절도 등의 범죄에 연루되고 소년원에 송치됐다는 의혹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무명 배우 시절에는 극단 단원을 구타하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당시에는 음주 운전으로 적발 당한 적 있다는 주장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과오가 알려지자 조진웅은 즉각 은퇴했다. “성범죄와 무관”하다고 밝힌 가운데 형사 재판을 받고 처벌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진웅의 은퇴가 자연스럽다는 대중과 연예계 관계자들의 정서와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들고 일어났다.
30년 전의 잘못을 파헤친 것 자체가 지나친 ‘마녀사냥’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줬던 배우가 과거의 늪에 빠져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을 빗대기도 한다. 은퇴 선언 후 발생한 여론이 정치적 진영 논리와 결합하며 논란이 더 커지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적 공작 아니냐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중은 싸늘하다. 조진웅에 대한 반감을 ‘공작’이나 ‘과도한 신상털기’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로 봤을 때, 섣부른 옹호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아직 실체가 전부 드러나지 않은 수사 중인 사안에 있어서 가해자나 범죄 혐의자에 대한 섣부른 옹호나 비난은 어떤 형태로든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조진웅이 받은 법적 처분은 ‘최소한의 처벌’이며, 곧 그가 최소한의 도덕적 선을 넘었다는 방증이다. 조진웅이 죗값을 치렀다고 해서 모든 잘못을 씻어냈다는 주장을 비판하는 지점에 오히려 힘이 실린다. 처벌을 받았다고, 사회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과거 도덕적 결함은 치명적이다. “굳이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이 배우라는 직업을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법적으로 죗값을 치렀다고 해서 대중의 정서적 용서까지 받은 것은 아니다. ‘나는 떳떳하다’는 태도는 오히려 대중의 반감을 살 뿐”이라며 “연예인은 이미지를 대중에게 판매하는 직업이다.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대중매체에 지속해 노출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폭력이자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진웅에게 연민은 가질 수 있으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한쪽은 ‘마녀사냥’ 다른 한쪽은 ‘사필귀정’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30년 동안 개과천선한 배우가 아니라, 기회를 받지 말았어야 할 배우가 30년 동안 사랑을 받은 일일 수도 있다. 피해자는 그간 고통 속에 살았을 테니 말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