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좋은 질문이 올바른 답을 주는 반면 나쁜 질문은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아무리 한한령 해제가 대중문화계의 큰 숙제라고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급속으로 추진하려는 1월 내 중국 콘서트는 엔터테인먼트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낳는다.
16일 가요계 취재를 종합하면,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K팝 4대 대형 기획사들은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2026년 1월 중 소속 K팝 그룹들의 스케줄 관련 문의를 받았다. 다만 날짜와 장소는 특정하지 않은 폭넓은 범위의 체크로 엿보인다.
중국 내 K팝 콘서트는 지난 11월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국빈 방문한 뒤 한중 관계의 복원이 기대되면서 출발했다.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K팝 콘서트 개최가 신호탄이 돼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의 교류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희망적인 상황이지만, 처리 과정만 보면 우려도 동반되는 게 사실이다. K팝 인기 그룹은 각종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 등 일정이 이르면 약 1년 6개월 전에 결정된다. 톱그룹은 멤버 개인 일정도 많아 새로운 일정을 조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연초부터 일정이 꼬이면 1년 내내 복잡해질 수 있다.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알아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4대 기획사에 던진 1월 스케줄 문의는 K팝 산업의 이해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K팝 글로벌 인기를 견인하는 데 앞장서는 4대 기획사라도 ‘을’의 입장에서 정부의 질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JYP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있음에도 이러한 질문이 나왔다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스케줄 문의가 박 위원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면 실무 파악이 부족하다는 의미고, 반대로 의견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대중문화교류 위원회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남기는 탓이다.
한한령 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 전망은 금물이다. 중국이 한한령을 선포한 적 없이 슬그머니 각종 교류를 막았기 때문에 공개적인 협상이 어려운 까닭이다. 앞서 특별한 이유 없이 중국 내 공연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상당하다. 수차례 K팝 그룹의 중국 내 콘서트가 기획됐으나, 무기한 연기되거나 무산됐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콘서트 관련 보도를 보고 덜컥 놀랐다. 성과에 매몰돼 각종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한한령 해제만 기대하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소기획사가 정말 많다. 정부가 책임감과 무게감을 갖고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