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이번에는 배우 곽도원이다. 술 마시고 운전해놓고, 쓱 복귀하는 연예인이 또 한 명 늘었다.

최근 연예계는 배우 조진웅 사건부터 개그우먼 박나래의 ‘주사 이모’ 파문까지 연이은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혼란한 틈을 타 곽도원이 돌연 사과문을 발표하고 복귀를 선언했다. 참으로 묘하고 황당한 타이밍이다.

곽도원은 이번 사과문에서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두려움도 있었고, 부끄러움도 컸고, 제 잘못 앞에서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음주운전 사건 이후 지난 3년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핑계에 가깝다.

곽도원의 무책임은 3년 전 음주운전 당시부터 시작됐다. 그때도 곽도원은 직접 사과하는 대신 소속사의 입장문 뒤에 숨었다.

자신의 과오로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 ‘소방관’이 지난해 말 어렵사리 관객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그때는 입을 열었어야 했다. 올 하반기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슬그머니 복귀를 타진하다 하차했을 때도 곽도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오직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자신의 음주운전 사건 여파로 밀려있던 드라마 ‘빌런즈’가 마침내 공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과문을 올렸다. 대체 몇 번의 타이밍을 외면하다가 이제 와서야 사과란 말인가.

특히 사과문 속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언급한 표현은 대중이 기억하는 모습과 배치된다. 지난해 가수 김장훈의 SNS를 통해 공개된 사진에서 곽도원은 킹크랩을 든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동료들과의 식사 자리가 죄는 아니겠으나, 대대적으로 보도된 해당 사진을 대중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웬 두려움과 부끄러움 때문에 사과가 늦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가.

일각에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한국 연예계에는 음주운전 전과를 가진 채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최근에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배성우가 보란 듯이 복귀해 ‘SNL 코리아’까지 출연하며 면죄부를 얻는 모양새다.

한국 영화계가 ‘위기’를 논하며 관객의 외면을 탓하기 전에, 범죄를 저지른 배우들에게 이토록 쉽게 복귀의 장을 깔아주는 안일함을 자성해야 한다. 각종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배우들의 뻔뻔한 행보에 관객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영화계는 정녕 공감하지 못하는가.

곽도원은 사과문 말미에 “말이 아닌 삶으로 증명하겠다”고 적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럼 지난 3년 동안 어떤 반성의 삶을 살았는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어떤 자숙의 시간을 보냈는지 사과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무슨 수로 앞으로의 삶을 믿어달라는 것인가. 하물며 평생 금주를 선언하기라도 했나.

전형적인 후안무치(厚顔無恥)다. 배우에게 연기는 속죄의 수단이 아니라 영리 활동일 뿐이다. 자신의 직업으로 돌아오는 것을 속죄의 과정인 양 포장하는 것은 오만이다. 게다가 사과문 한 장 쓰기까지 3년이 걸렸다. 말이 아닌 삶으로 증명하겠는데, 사과의 ‘말’ 꺼내는 데에만 3년이 걸렸다는 소리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