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안방극장에 다시 ‘법조인 바람’이 불고 있다. 변호사와 판사, 법정을 무대로 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편성되며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의’의 색깔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핵심은 ‘명쾌한 판결’이다. 현실은 복잡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 반면 드라마 속 법정은 답답함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누군가는 판결하고, 죄지은 자는 벌을 받는다. 이 명확한 구조가 팍팍한 현실을 사는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소재는 당대 대중의 결핍과 갈망을 담는다. 최근 법정물의 증가는 정의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이 흐름의 중심에 tvN ‘프로보노’가 있다. 출세만 쫓던 판사가 공익 변호사로 거듭난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이 작품은 ‘공익 변론’에 집중해 차별화를 뒀다. 장애 아동,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사건을 다루며 법의 논리와 인간적 감동을 함께 잡았다. 모든 재판이 약자의 승리로 끝나는 ‘판타지’지만, 시청자들은 그 비현실적인 결말에서 오히려 위로를 얻는다.

로맨스와 팬 문화를 결합한 지니TV ‘아이돌아이’는 조금 색다르다. 스타 변호사가 ‘최애’ 아이돌의 무죄를 입증한다는 설정에 로맨스와 엔터 업계의 명암을 섞었다. 법정 스릴러에 팬심을 결합해 장르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다.

보다 직설적인 쾌감을 앞세운 작품도 있다. MBC ‘판사 이한영’은 ‘회귀’라는 장치를 통해 정의 구현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다. 미래를 아는 판사가 거악을 처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하다.

다음 달 2일 방송을 앞둔 ENA ‘아너: 그녀들의 법정’ 역시 피해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법정물의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 방송 관계자는 “법정물은 매회 갈등의 출발과 결말이 비교적 명확해 시청자들이 따라가기 쉽다. 현실에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극 안에서는 판단으로 정리된다는 점이 몰입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한 제작 관계자는 “법정물은 실제 사례가 풍부해 이야기의 출발점이 다양하고, 변호사·판사·피해자 중 누구를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서사가 가능하다”며 “장르적 틀은 익숙하지만, 캐릭터 설정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변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