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이나영이 3년 만에 침묵을 깼다.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2023) 이후 긴 공백이 있었다. 작품 선택에 있어 늘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그가 선택한 복귀작은 데뷔 후 첫 법정물인 ENA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이다.
이나영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 디큐브시티 더세인트에서 열린 ENA 새 월화드라마 ‘아너’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시청자가 된 기분이었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단숨에 읽혔다”며 “박가연 작가 특유의 말맛과 날 것의 느낌, 그러면서도 깊이감이 있는 서사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이나영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확실한 ‘변곡점’이다. 그간 ‘로맨스는 별책부록’ ‘박하경 여행기’ 등을 통해 소소하고 정적인 일상의 얼굴을 그려왔다. 반대로 이번엔 묵직하고 거대한 스캔들과 욕망이 있는 미스터리 중심에 선다. 이나영이 연기하는 윤라영은 겉으로는 화려한 셀럽 변호사지만, 이면에는 상처와 죄책감, 정의가 뒤섞인 복잡다단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이나영은 “쉬운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며 “매 장면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어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었다. 톤과 소리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끊임없이 고민했다. 배우로서 연기의 그라운드를 더 넓혀준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익숙한 ‘힐링’의 영역을 벗어나, 격정적인 사건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오는 2월 2일 오후 10시 첫 방송하는 ‘아너’의 특별함은 여성의 우정에 있다. 로펌 대표 강신재(정은채 분)와 정의롭고 뜨거운 변호사 황현진(이청아 분)은 윤라영과 함께 법이란 테두리 안에서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냉철하고 뛰어난 판단력을 가진 리더 강신재를 맡은 정은채는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세 친구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세 친구의 리더로서 묵직한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청아는 우아함을 벗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소화했다. 그는 “오랜만에 몸으로 구르는 역할이라 무서웠지만 확신을 가지고 임했다”며 “현장에서는 막내처럼 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웃음 지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 배우 모두 내향형(I) 성향이라는 것. 박건호 감독은 “셋 다 말이 없이 침묵하고 있었다. 유일한 E(외향형)인 나만 떠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청아는 “세 명 모두 침묵을 잘 견디는 타입이라서, 아마 감독님이 많이 힘드셨을 거다. 조금씩 먹는 이야기, 맛집 이야기를 하면서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깊은 신뢰로 바뀌었다. 정은채는 “처음엔 낯을 가렸지만, 지금은 눈빛만 봐도 공기의 흐름을 읽을 정도로 편안해졌다”고 했고, 이나영은 “나중엔 서로 얼굴만 쳐다봐도 눈물이 날 정도였다. 셋이 모였을 때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며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최근 ENA의 기세가 좋다. ‘착한 여자 부세미’를 비롯해 ‘우리동네 UDT’ 현재 방영 중인 ‘아이돌아이’까지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박건호 감독은 시청률 10%를 넘고 싶다는 야심을 밝혔다.
그 가운데 이나영은 “‘아너’는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를 씻어내고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먹는 이야기에 대한 작품이다. 그런 점을 많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