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41초955 희망→준결승 충돌
3바퀴 선두였는데…결승 진출 실패
500m 동기 부여 됐지만 또 다시 막힌 벽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이번에도 500m는 쉽지 않았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남자 500m 채지훈 금메달) 이후 32년 만의 한(恨)을 풀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어느 때보다 ‘울컥’한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여제’ 최민정(28·성남시청) 얘기다.
최민정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결승에서 43초060으로 5위에 그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진 파이널B에서는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과정은 희망이었다. 준준결승에서 최민정은 41초955를 적으며 개인 최고 기록을 썼다. 3위로 달리다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곡선 주로에서 과감히 인코스를 파고들었다. 캐나다의 킴 부탱, 네덜란드의 셀마 포츠마를 연이어 제치며 1위로 통과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최민정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래도 준준결승 때 내 개인 최고 기록도 냈고, 지난 베이징 때보다는 확실히 좋은 성적이었다.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의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었다. 준결승, 스타트는 완벽했다. 선두로 치고 나갔다. 3바퀴를 남길 때까지 흐름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킴 부탱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마지막 바퀴에서 코트니 사로, 플로렌스 브루넬리와 엉키며 최하위로 밀렸다.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지만 페널티는 없었다.

최민정은 “경기 중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충돌도 경기의 일부다. 내가 좀 더 빨리 탔으면 안 부딪혔을 것 같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선수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눈가가 붉어 있었다. 심정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슬프다. 올림픽이니까. 500m를 떠나서 그냥 올림픽 무대라 더 울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경험도, 커리어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올림픽은 여전히 특별하다. 그래서 더 아팠다. 더욱이 한국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이 없다. 1992년 정식 종목 채택 이후 최고 성적은 1998 나가노의 전이경, 2014 소치의 박승희가 따낸 동메달뿐이다. 12년 만의 메달을 노렸지만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금메달은 산드라 밸제부르(네덜란드), 은메달은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동메달은 코트니 사로가 차지했다. 500m는 또 한 번 한국을 비켜갔다.
끝이 아니다. 아직 1000m, 1500m, 그리고 3000m 계주가 남아 있다. 최민정은 “오늘 기록도 괜찮았고, 컨디션도 좋았다. 자신감이 더 생겼다”면서 “중요한 종목들이 남았다. 좀 더 자신감 갖고 잘 풀어가면 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