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법원이 민희진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을 상대로 낸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희진이 제기한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하이브의 청구를 기각하고 민희진에게 255억 원 규모의 풋옵션 대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하이브가 주장해 온 민희진의 계약 위반 사유 대다수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민희진의 어도어 독립 방안 모색과 소위 ‘뉴진스 빼가기’로 불린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시도에 대해 “모색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주주간계약의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어도어 부사장 등과 함께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독립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 정황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실제 주주간계약을 위반하는 실행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고 봤다.
민희진의 어도어 독립 방안 모색이 하이브를 강제로 이탈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 주주간계약 수정 협상 결렬 시 풋옵션을 행사하고 나가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외부 투자 유치나 주식 상장 등 민희진의 구상도 하이브의 동의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다는 데 주목했다.
‘뉴진스 빼가기’ 의혹에 대해서도 법원은 민희진 측이 전속계약 해지 시의 위약금 규모와 기발매 앨범 권리 및 기존 광고 계약 등 실익을 따져본 뒤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대해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민희진이 부사장 등과 나눈 내용이 실제 계약 파기로 이어질 만큼의 배신적 행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희진이 언급한 ‘어도어 빈껍데기’ 등의 표현도 주주간계약 수정 협상 과정에서 보상안 확대를 요구하거나 자신이 어도어 이탈 시 발생할 리스크를 하이브 측에 언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제기와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법원은 민희진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봤다.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민희진의 의혹 제기를 어도어 대표이사의 책임에 부합하는 ‘의견 제시’로 규정하면서, ‘허위사실 적시’ 여부도 성립하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아티스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대표이사로서의 충실의무에 부합하며,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밀어내기 의혹 제기는 내부 통제 강화와 하이브의 투명성 제고라는 공익적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번 주주간계약이 단순한 위임 관계가 아니라 풋옵션 등 막대한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계약 해지를 위해서는 상법상 엄격한 중대 의무 위반이 입증돼야 하는데, 하이브가 제시한 일련의 사유들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민희진은 하이브로부터 약 255억 원 규모의 풋옵션 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하이브는 민희진을 상대로 제기한 배임 혐의와 계약 해지 사유 모두 인정받지 못하며, 어도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명분 자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