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일본 숨 가쁜 이동

17일 밤 도착, 18일 첫 훈련

바로 불펜피칭까지 실시

“좋을 때 공 나왔다”

[스포츠서울 | 오키나와=김동영 기자] 미국 애리조나→한국 인천→일본 오키나와.

대략 이틀 사이에 한 선수가 움직인 경로다. 무시무시하다. 시차 적응이 금방 될 리도 없다. 눈이 퀭하다. 그런데 불펜피칭에 나섰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된 유영찬(29·LG)이 주인공이다.

지난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WBC 사무국에 2026 WBC 명단 변경을 요청했다. 원태인이 굴곡근 손상으로 뛰지 못한다. 대신 유영찬을 뽑았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LG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상황.

급하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6일 한국에 들어왔다. 17일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다시 탔다. 밤에 일본 입국. 18일 대표팀 첫 훈련에 나섰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라도 가볍게 할 법하다. 불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자마자 바로 불펜피칭. 유영찬이 원했다. 37개 던졌다. 이날 5명이 던졌다. 유영찬 투구수가 가장 많다.

피칭 후 만난 유영찬은 “늦게 왔으니까 그만큼 빨리 올려야 한다. 그 마음으로 바로 불펜피칭 들어갔다. 느낌이 괜찮았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연습하는 부분이 있어서 다른 투수보다 조금 더 던졌다”고 설명했다.

김광삼 투수코치는 “시차도 있고 해서 오늘 던지지 말라고 했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됐는데, 20개 넘어가니까 잡혔다. 한창 좋을 때 공이 나왔다. 트랙맨 데이터도 다 잘 나왔다”고 말했다.

1차 사이판 캠프는 다녀왔다. 최종 명단 기대도 했다. 끝내 빠지고 말았다. 박동원은 “애리조나 캠프에서 (유)영찬이가 분노의 피칭을 하더라. 마무리 투수인데 50개씩 던지고 그랬다”고 말했다. 상실감이 크기는 컸던 모양이다.

유영찬은 “떨어졌을 때 서운하기는 했다. 아쉽고, 화도 났다. 선수들이 많이 다독여줬다. 이렇게 또 뽑혔다. 팀에서 ‘축하한다. 다치지 말고 와라’고 해줬다. 대체자로 왔다. 누군가 아프다는 얘기 아닌가. 빠진 선수 걱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WBC는 야구선수에게 가장 큰 대회다. 꼭 경험하고 싶었다. 잘하는 선수가 빠졌고, 내가 왔다. 민폐는 안 된다. 팀에 보탬이 되겠다. 잘하는 투수가 많다. 내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 최대한 좋은 성적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부상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대체 선수가 잘해줘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지금 있는 선수가 베스트”라고 강조한다. 유영찬의 역할이 중요하다. LG 우승 마무리 투수가 한국을 위해 던진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