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프리서 ‘광인을 위한 발라드’ 연기
‘칸초네의 여왕’ 밀바의 대표곡
밀바의 딸, 차준환에게 “감사하다” 전해
원곡 CD와 편지, 기념우표 등 선물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어머니를 대신해 정말 감사합니다.”
메달은 닿지 않았지만, 음악은 닿았다. 차준환(25·서울시청)의 프리스케이팅은 메달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음악은 뜻밖의 감동을 남겼다. 그 여운은 경기장을 넘어 코리아하우스까지 이어졌다.
차준환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용한 곡은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가수 ‘밀바(Milva)’의 대표곡이다. 밀바는 ‘칸초네의 여왕’으로 불린 이탈리아 음악계의 상징적인 존재다. 본명은 마리아 일바 비올카티. 5년 전 세사을 떠났지만, 이 노래는 여전히 유럽에서 사랑받는 명곡이다.
최근 코리아하우스를 찾은 인물은 밀바의 딸 마르티나 코르냐(63)였다. 어느덧 이순(耳順)의 나이를 훌쩍 넘긴 전설의 딸이 차준환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방문한 것이다.

코르냐는 “당신이 어머니의 곡을 선택해 그 위에서 연기해주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경기 중 넘어졌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시 일어나 끝까지 연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정말 숭고했고, 음악과 깊이 교감하고 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차준환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시켰지만, 이어진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졌다. 이 실수로 0.98점 차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갔고, ‘광인을 위한 발라드’의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코르냐는 “어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만약 이 연기를 보셨다면 저만큼이나 고마워하고 감동하셨을 것”이라며 “어머니를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차준환에게 손편지와 함께 해당 곡이 담긴 CD, 그리고 이탈리아 정부가 밀바를 기리기 위해 발행한 특별 우표 세트를 선물했다. 코르냐는 “이 우표는 매우 희귀한 것인데, 한국에 있는 당신의 집에 보관된다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비록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의 연기는 음악의 본고장에서 특별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가 ‘다 쏟아냈다’는 연기가 누군가에게는 ‘추모’였고, ‘감사’였으며, ‘예술’이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메달보다 더 오래 남는 장면이 있다. 밀라노에서 차준환의 ‘광인을 위한 발라드’가 그랬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