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
최민정, ‘金4·銀2’…올림픽 최다 메달 타이
‘넘어질 뻔’한 위기 상황도 버텨내
1500m에서 ‘새 역사’ 다시 쓴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무조건 버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넘어질 뻔한 순간,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았다. 네덜란드 선수가 눈앞에서 미끄러지며 충돌 직전까지 갔다. 속도는 줄일 수 없었고, 공간은 좁았다. 자칫 넘어질 수 있는 상황. ‘버텨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버텼고, 결국 역사를 썼다. ‘여제’ 최민정(28·성남시청) 얘기다.
최민정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올림픽 통산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총 6개의 메달을 기록했다.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과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뤘고, 한국 선수 동·하계 통틀어 최다 메달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단순한 메달 갯수가 아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과 선택, 그리고 노력의 순간들이 담겼다. 시작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2000m 혼성계주, 500m, 1000m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금메달을 목에 건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최민정은 “초반 선두에서 레이스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500m 경기를 하듯이 처음부터 선두를 잡고 뛰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고 돌아봤다.
계주 결승에서도 그는 1번 주자로 나섰다. 초반 흐름을 책임지는 자리였다. 선두를 빠르게 확보해 레이스를 이끌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중반에 찾아왔다.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며 레이스가 크게 요동쳤다. 그 순간을 버텨낸 것이 결국 금빛 질주의 출발점이 됐다.

최민정은 “위험한 상황이 많아서 당황했다. 그런데 침착하게 대처하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담담히 말했다.
‘여제’라 불린다. 오랜 시간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활약했다. 2014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2018 평창에서 1500m와 3000m 계주 ‘2관왕’에 올랐다. 2022 베이징에서도 1500m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정상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더 큰 도전을 의미했다. 경쟁자들은 그의 레이스를 집요하게 분석했고, 전략과 패턴을 연구했다. 최민정은 변화를 선택했다. 2023-2024시즌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1년간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장비를 바꾸고 체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빙판 위에 섰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딱 맞는 표현이다. 최민정은 진천선수촌에서 가장 먼저 링크에 나와 가장 늦게까지 체력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밀라노에서 그 체력은 결정적 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이번 금메달로 그는 올림픽 통산 금메달 4개를 기록하며 전이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메달 6개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에 나올 때만 해도 ‘메달 도전의 기회 자체가 감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기록을 세웠다는 게 너무 꿈만 같고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그는 이제 또 하나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바로 주 종목인 1500m다. 평창에 이어 베이징에서 ‘올림픽 2연패’를 적었다. 기록은 이미 충분하다. 넘어질 뻔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던 그 한 장면처럼, 최민정의 시간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