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자 쇼트트랙 계주, 원팀으로 ‘금메달’

심석희 밀고, 최민정 달리고, 김길리 마무리

과거 잊고 합 맞춘 심석희-최민정

값진 밀라노 첫 쇼트트랙 金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역전의 ‘금(金)빛’ 레이스는 ‘심석희-최민정’ 조합에서 시작됐다. 밀어주고, 쫓아갔다.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선두로 치고 나오며 버텼다. 그리고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밀라노에서 첫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4초014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이 금메달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를 넘어선 ‘원팀’의 완성이다. 더욱이 준결승에서 예고됐던 장면이 결승에서도 재현됐다. 심석희의 강한 푸시, 최민정의 폭발적인 스퍼트.

체격과 힘이 좋은 심석희가 뒤에서 밀어주면, 최민정이 인코스를 파고들어 순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과거의 시간 때문에 한동안 맞물리지 않았던 두 사람의 순번은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가장 빛나는 색으로 돌아왔다.

결승 4바퀴를 남긴 시점, 심석희가 밀어 올린 탄력을 받은 최민정이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이어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인코스를 파고들며 선두로 올라섰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최민정은 “(김)길리를 믿었기 때문에 속도와 힘을 다 쏟아 밀었다”고 말했다. 김길리는 “(최)민정 언니 손이 닿자마자 ‘이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폰타나(이탈리아)가 버티고 있었지만, 그래도 길이 보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승부의 분수령은 그보다 앞선 장면이었다. 16바퀴를 남겨두고 네덜란드 선수가 코너에서 미끄러졌다. 바로 앞에서 충돌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캡틴’ 최민정은 몸의 중심을 지켜내며 버텼다. 그는 “넘어지는 줄 알고 진짜 기겁했다. 무조건 버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심석희는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심석희는 “그때그때 팀원들을 잘 만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 여자 계주는 처음부터 ‘원팀’을 강조했다. 체격도, 나이도, 성향도 달랐다. 무엇보다 두 에이스 사이에는 긴 시간이 있었다. 2018년 이후 이어졌던 갈등과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러나 밀라노를 앞두고 결단이 있었다.

팀을 위해 순번을 맞물리게 했다. 서로를 밀어주고, 서로를 믿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다. 남자 개인전, 여자 개인전에서 금빛이 나오지 않던 상황에서 터진 값진 한 방이었다.

“서로를 믿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줬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다. 과거를 덮고, 다시 싹 튼 ‘믿음’이다.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은 그렇게 완성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다시 정상에 섰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