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설 연휴 극장가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해 연휴와 비교해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극장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활짝 웃은 작품은 사극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였고, 이름값을 제대로 해낸 작품은 첩보 액션 ‘휴민트’였다.

지난해 설 연휴 극장가는 다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검은 수녀들’과 ‘히트맨2’는 각각 누적 관객 수 167만 명, 254만 명을 기록하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기대작들이 포진했음에도 전반적인 관객 유입은 적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왕사남’ ‘휴민트’ ‘넘버원’이 3파전 구도를 형성하며 설 연휴 흥행 경쟁에 돌입했다. 정통 사극과 액션 첩보물, 가족 힐링물 등 세 작품 모두 각기 다른 장르에 정체성도 뚜렷했다. 관객들에겐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한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인 작품은 단연 ‘왕사남’이다. 사극이라는 대중 친화적인 소재와 배우 박지훈, 유해진, 유지태의 호연이 시너지를 이루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왕사남’은 설 연휴 기간인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267만545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417만4928명으로, 연휴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거침없는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특히 2026년 주말 박스오피스 최고 스코어를 경신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흥행 열기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지난 2월 17일 하루에만 66만1449명의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새로 썼다. 극장가 침체가 장기화되던 상황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휴민트’ 역시 선전했다. 지난 11일 개봉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개봉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왕사남’과 함께 연휴 시장을 견인했다.

작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요인은 배우 조합이었다.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박정민, 액션 장르에서 강점을 보여온 조인성, 그리고 1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신세경의 만남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또한 ‘휴민트’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총격전과 추격전, 그리고 인물 간 감정의 충돌을 극대화하며 관객 몰입도를 높였다.

연휴 기간 극장 방문객 수 역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일 평균 극장 관객은 75만 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설 연휴 일 평균 관객 수가 50만 명 안팎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설 연휴는 1년 중 손꼽히는 극장가 대목이다. 올해 첫 대목이 흥행 성공으로 마무리되면서 극장 산업 전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침체와 회복의 기로에 서 있던 극장가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라며 “콘텐츠 경쟁력이 확보될 경우 극장 시장 회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 연휴 흥행 열기가 향후 극장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