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가히 걸그룹 명가답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스타쉽) 소속 두 걸그룹이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신예의 화려한 반등과 기존 강자의 존재감이 동시에 확인됐다. 붉은 말처럼 달려나가는 모양새다. 시선이 확 쏠린다.

◇집안싸움 아닌 완벽한 시너지…차트 파이 키운 ‘스타쉽 자매’

24일 오전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차트의 정점은 스타쉽 소속 아티스트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1위는 신흥 강자로 떠오른 동생 그룹 키키(KIKI)의 ‘404 (New Era)’가, 2위에는 선배 아이브(IVE)의 정규 2집 선공개곡 ‘뱅뱅(BANG BANG)’이 이름을 올렸다. 오후에는 ‘뱅뱅’이 1위에 올라섰고, 더블 타이틀곡 블랙홀은 핫100 3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각종 차트는 ‘404’와 아이브 정규 2집 곡들로 도배됐다. 23일 정규 2집 ‘리바이브 플러스(REVIVE+)’를 발매한 가운데, 팀 곡은 물론 각 멤버의 솔로곡이 100위 안에 올랐다. 대중적 인기곡을 중시하는 유통사의 정책 때문에 신곡이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이룬 쾌거다. 팬덤의 화력에만 의지하지 않고,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성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소속사에서 두 팀이 동시 활동할 경우 팬덤 분산이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우려하기 마련이지만, 스타쉽은 달랐다. 각기 다른 대중성을 바탕으로 차트 전체의 파이를 키우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운으로만 여길 수 없는, 철저히 계산된 기획의 승리다.

◇키키의 화려한 반등…‘키야·이솔’ 저음 보컬이 만든 승부수

키키는 기로에 있었다. 데뷔 초의 ‘아이 두 미(I DO ME)’ 얻은 화제성 이후 다소 정체되었던 흐름을 ‘404’로 단숨에 뚫어냈다. 그 중심에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이 있다.

특히 2010년생 막내 키야를 필두로 이솔 등 저음역대를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404’는 키키만의 강점인 중저음 보이스를 곡 전면에 내세워 기존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된 청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까지 더해지며 키키는 스타쉽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 아이브의 우아한 진화…‘나’를 넘어 ‘우리’로 향하는 서사

언니 아이브는 ‘클래스’로 화답했다. 선공개곡 ‘뱅뱅’은 아이브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결을 선사한다. EDM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이 곡은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23일 공개한 ‘블랙홀’은 한 편의 영화 혹은 뮤지컬과 닮았다. 긴 테이블 위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그려내는 칼 군무가 환상적이다. 이번 앨범으로 ‘나’에서 ‘우리’로 세계관을 확장한 아이브는 시네마틱한 감성과 우아한 군무로 완성형 걸그룹으로 우뚝 섰다.

◇ 정교한 A&R의 승리…‘걸그룹 명가’ 스타쉽의 입지

아이브와 키키의 동반 흥행은 서현주 총괄 제작자를 중심으로 한 A&R 팀의 탁월한 감각을 증명한다. 아이브가 영화 같은 웅장함과 서사적인 성숙함을 지향한다면, 키키는 유니크한 보컬색과 트렌디한 감각으로 대중을 공략한다. 서로 다른 콘셉트로 다양한 매력을 요구하는 대중의 마음을 가로챘다.

결국 아이브가 앞장서서 길을 닦고 키키가 그 기세를 이어받아 밀어주는 공존의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치열한 K-팝 걸그룹 세대교체 속에서도 두 가지 색을 띠는 ‘대중픽’으로 안착시켰다. 독보적인 ‘걸그룹 명가’라 할 만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