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어디서 이런 신인이 온 걸까. 일상 연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마치 그 인물로 존재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이 화면을 뚫고 나온다. 신예 이기택이다.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이하 ‘미혼남녀’)에서 ‘플러팅 장인’ 신지수를 연기했다. 신지수는 소개팅 상대인 이의영(한지민 분)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이기택은 정반대다.
이기택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낯가림이 심하고 관계 맺음에 조심스러운 편이다. 상대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타입인데, 지수는 거침없다. 지수의 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 인물은 왜 극단에 숨어들었을까’를 고민했고, 아버지와의 불화라는 결핍을 찾아냈다. 카페 알바와 바텐더를 전전하며 생계를 꾸렸을 지수의 거친 삶을 상상하며 날 것의 느낌을 더했다”고 전했다.
이기택의 이력은 흥미롭다. 고3 시절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이병헌의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껴 배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충청도 출신의 엄격한 아버지는 “군대 전역 후에도 절실하면 말리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이기택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 적금과 아르바이트로 모델 아카데미 등록금을 마련했다.

원하는 건 오직 연기였다. 모델 활동은 연기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였고, 그 수익은 고스란히 연기 아카데미 비용으로 들어갔다. 놀라운 점은 그가 1년 동안 거쳐 간 아카데미만 무려 네 곳이라는 사실이다. 연기의 ‘본질’을 찾기 위한 유랑이었다.
“학원에 가니 쪽대본으로 오디션 붙는 법, 음절 단위로 읽는 기술만 알려주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기초반만 세 번을 옮겼어요. 그러다 ‘연기는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곳을 만났을 때 비로소 안착했죠. 기술이 아닌 소통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델을 한 걸 후회하진 않아요. 모델을 한 덕분에 의상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게 됐거든요. 의미 없는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간절함은 기적 같은 기회로 이어졌다. 전작 ‘나미브’ 연출진의 추천으로 이번 작품 오디션을 봤고, 한 달간 기도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평소 동경하던 한지민, 박성훈과 함께한다는 소식에 환호를 질렀다. 그는 현장에서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한)지민 선배님은 놀이터 신에서 대본을 넘어선 유연한 시야와 포용력을 보여주셨고, (박)성훈 선배님은 대립하는 관계임에도 먼저 전화를 주셔서 ‘대사를 맞춰보자’며 배려해주셨어요. 유연하고 배려심 깊은 선배님들을 보며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전공자라는 결핍은 오히려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의 원천이 됐다. 이기택은 촬영이 없을 때도 늘 타인을 관찰하고 매일 발성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악마판사’ ‘나미브’를 거쳐 ‘미혼남녀’로 체급을 높인 그는 이제 제법 안정적인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부쩍 늘어난 관심에 설렐 법도 하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할 일은 오직 실력을 쌓기 위한 연습뿐이에요.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줬던 ‘광해’의 이병헌 선배님처럼, 저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배우로 오래오래 남고 싶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