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당일 곧장 인천행… 2번 지명타자 출격해 11-3 대승 견인
“99점 주고 싶다” 두산의 빈공 갈증 씻어낸 ‘안타 왕’의 화려한 귀환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지만, 손아섭의 이번 트레이드와 데뷔전은 ‘서사’가 주는 울림이 더 컸다. 한화에서 자리가 없어 2군으로 밀려났던 노병이, 자신을 간절히 원한 팀에 오자마자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는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선 ‘명예 회복’의 드라마였다.
◇ 두산의 절박함이 만든 ‘신의 한 수’
올 시즌 두산의 타선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양의지, 정수빈 등 핵심 자원들의 동반 침체와 김재환의 이탈로 생긴 지명타자 공석은 팀을 하위권으로 끌어내렸다. 이때 이승엽 감독과 프런트가 던진 승부수가 바로 손아섭이었다. “경험과 정교함이 필요하다”는 두산의 판단은 적중했다. 손아섭은 첫 타석부터 볼을 골라내며 팀에 ‘끈질긴 승부’라는 에너지를 주입했다.

◇ ‘11년 307억’과 ‘1년 1억’… 숫자가 가릴 수 없는 클래스
최근 한화 노시환이 역대 최고액 계약 후 심적 부담으로 2군행을 택한 것과 대조적으로, 손아섭은 ‘최저가 베테랑’의 설움을 폭발적인 구위 공략으로 되갚아줬다. 한화에선 강백호와 페라자에 밀려 설 자리가 없었지만, 두산은 그에게 ‘2번 지명타자’라는 판을 깔아줬다. 에이스 안우진이 160km로 고척을 지배했다면, 손아섭은 노련함과 간절함으로 문학의 밤을 지배했다.
◇ ‘손아섭 효과’,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적 첫 경기 활약이 반짝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보는 이유는 손아섭 특유의 ‘출루 본능’ 때문이다. 그는 경기 후 “해결보다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 팀 배팅에 집중하는 베테랑의 합류는 침체됐던 두산 타선 전체에 ‘전염성 강한 투지’를 퍼뜨릴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 입은 사자는 더 무섭게 포효한다. 한화의 냉정한 계산기에서 벗어나 두산의 뜨거운 환대를 받은 손아섭. 그의 ‘99점짜리’ 데뷔전은 2026시즌 KBO리그 판도를 뒤흔들 가장 강렬한 ‘클라이맥스’였다. white2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