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영화관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안방극장에선 달랐다. 극장 흥행에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영화 ‘휴민트’와 ‘프로젝트 Y’가 넷플릭스 공개 이후 나란히 흥행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2월 설 연휴 극장가에 출격했던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묻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장가 성수기인 명절에 개봉했으나 경쟁작인 ‘왕과 사는 남자’와 맞붙으며 누적 관객 수 198만 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이 약 400만 명임을 고려했을 때 한없이 아쉬운 성적이다.

그러나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플랫폼 투둠(TUDUM) TOP10에 따르면 ‘휴민트’는 지난 8일 기준(3월 30일~4월 5일 기준) 누적 1100만 시청 수(총 시청 시간을 작품 러닝타임으로 나눈 수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이는 지난 1일 공개 이후 단 5일 만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영화(영어) 부문 1위 기록까지 넘어선 수치로, 사실상 글로벌 영화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국가별 반응도 뜨거웠다. ‘휴민트’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14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 67개국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Y’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프로젝트 Y’는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14만 명에 그치며 극장가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넷플릭스 공개 직후 단 하루 만에 ‘오늘의 대한민국 TOP10’ 1위에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처럼 극장에서는 외면받았던 작품들이 OTT에서는 다시 주목받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연초 개봉작들이라 아직 대중의 기억 속 화제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극장에서 놓쳤던 관객들이 OTT 공개 이후 부담 없이 작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관객들은 극장 관람 비용과 시간을 더욱 신중하게 따진다”며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OTT 환경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극장 흥행과 OTT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영화 시장에서는 ‘극장 흥행 실패=콘텐츠 실패’라는 공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작품성과 화제성을 갖춘 콘텐츠라면 OTT 플랫폼을 통해 다시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흐름이 극장 산업 전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장 개봉 이후 OTT 공개까지의 기간인 ‘홀드백’이 점점 짧아지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관객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관객들은 극장 관람 대신 OTT 공개를 기다리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중소 규모 영화들의 극장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휴민트’ ‘프로젝트 Y’ 등의 흥행 반전은 콘텐츠 소비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영화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극장에서의 성패가 작품의 생명력을 완전히 결정짓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동시에 짧아진 홀드백과 극장 관객 감소라는 숙제를 남기며 극장과 OTT가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