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흔히 말하는 ‘팀워크’가 최정상이다. ‘국가권력급’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유머의 수준이 아이돌의 선을 넘었다. 국내 보이그룹의 장수 비결 중 하나가 관계성인데, 이 영역에선 확실히 체급이 다르다. 얼마나 재밌으면 ‘개그비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뛰어난 예능감을 가진 크래비티다.


다만 예능감은 양날의 검이다. 대중의 호감을 얻기 쉽지만 자칫 ‘본업’인 무대가 가려질 위험도 존재한다. 어느덧 ‘마의 7년’을 앞둔 크래비티는 신보 ‘리디파인(ReDeFINE)’을 통해 실패와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단단한 팀워크를 증명하는 한편, 아티스트로서 자신들을 새롭게 ‘재정의’하겠다는 각오다.
◇ 무너져도 다시 일어난다…사제복 입고 던진 ‘재정의(ReDeFINE)’
‘리파인드’는 불완전한 존재가 완전해지기 위해 흔들리고 무너지는 과정을 담았다. 사제와 신학생 콘셉트를 차용해, 완전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성민은 “사제복이 뻣뻣하고 각이 잡혀 있어서 입자마자 몰입이 잘됐고, 자세 교정이 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무한 반복하는 형상의 ‘우로보로스’다. 앨런은 “끝을 삼키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더 강하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드 투 킹덤’ 등 여러 서사를 거치며 무너지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일어선 크래비티의 현재를 투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형준은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에 ‘각자의 두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두려움을 생각하면서 몸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쓰러지고 아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 마의 7년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결속력…비결은 ‘가족회의’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혈기왕성한 아홉 청년이 부딪히지 않을 수는 없었다. 크래비티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다툼이 없을 순 없었다. 크래비티는 데뷔 초부터 2주에 한 번씩 거실에 모여 불만과 건의 사항을 나누는 ‘가족회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세림은 “그 시간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게 됐고, 지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존중하는 건강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단한 팀워크는 자연스럽게 재계약과 ‘군백기’라는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도 빛을 발했다. 태영은 “모든 아이돌의 꿈이 장수하는 것이듯, 아홉 명 멤버 모두 재계약하는 게 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군백기’에 대해서도 형준은 “멤버가 많다 보니 한 명씩 가면 완전체 공백이 길어진다. 기다려줄 러비티(팬덤명)를 위해 군백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선배 그룹 몬스타엑스의 우정도 이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원진은 “입대하는 아이엠 형을 배웅하는 몬스타엑스 형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저런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 “웃기는 것만으로 만족 못해”…본업으로 증명할 시간
크래비티는 팬 사랑이 유별난 팀으로도 유명하다. 팬들과의 유료 소통 플랫폼(버블)에서 보여주는 성실함은 타 아이돌 팬덤에서도 표본으로 삼을 정도다.
이에 대해 형준은 “버블은 유료 서비스다. 팬분들이 다들 힘들게 돈을 벌어 쓰시는 거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 오히려 큰 관심을 받아 얼떨떨하다”고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이러한 지독한 팬 사랑과 예능감 덕에 ‘개그비티’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이들의 시선은 철저히 ‘무대’를 향해 있다.
앨런은 “‘개그비티’라는 수식어도 기분 좋지만, 우리의 본업은 아이돌이다. 본업적인 부분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유튜브에 커버 콘텐츠나 연습 영상도 많으니 잘 찾아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데뷔해 관객 없는 무대의 설움을 겪었던 터라, 무대와 함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태영은 “‘개그비티’를 떠나 이번 활동을 통해 우리의 무대와 퍼포먼스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주먹을 쥐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