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부터 이어진 배우 인생 30년…데뷔 이래 첫 연극 도전
묵묵히 살아가면서 위로 전하는 ‘소냐’ 역…전 회차 원 캐스트
서로를 감싼 서사로 연기적 깊이감 더해…“희망 찾는 배우 되고파”
오는 3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서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고아성(33)이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여전히 앳된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일찌감치 대배우 반열에 올랐다. 거장 감독·배우들과 여러 작품을 해온 그가 첫 연극에 도전장을 던졌다. 낯선 환경이 아직 어색하지만, 매회 관객들과의 호흡하며 또 한 번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장착했다.
고아성은 지난 7일 개막한 연극 ‘바냐 삼촌’을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배우 인생 30년 동안 쌓은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엄청난 경력이다. 하지만 연극계에서는 새내기다.
‘바냐 삼촌’은 LG아트센터가 선보인 제작 연극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동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1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전 세계 수많은 프로덕션을 통해 다양한 규모와 해석으로 구현됐다. 이번 작품은 연극 ‘타인의 삶’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한 손상규 연출의 밀도 있는 연출 세계를 입혔다.
극 중 고아성은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도 묵묵히 내일을 감당하는 ‘바냐’의 조카인 ‘소냐’ 역을 맡았다. 전 회차 원 캐스트로 약 한 달간 무대에 오른다.

◇ 친언니 밤잠 깨운 ‘잠꼬대’ 열정…대사 속 퍼즐 맞추기
평소 독서가 취미인 고아성은 고등학생 시절 이미 ‘반야 삼촌’ 원작을 접했다. 하지만 연극으로 인물의 서사를 전하려고 하니, 이에 따른 고충도 만만치 않았다.
작품에서 ‘소냐’는 아버지와 염모 하는 이에게 사랑받지 못하면서도, 어쩌면 철딱서니 없는 삼촌 ‘바냐’를 위로한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정상인’처럼 보이지만, 상처와 외로움을 감춘 가벼운 여성이다. 때론 사랑을 갈구하는 애정결핍으로도 보이지만, 결국 자신보다 상대방을 위로하는 가여운 인물이다.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소냐’의 답답한 성격은 잠꼬대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평소 말투를 녹이는 과정이었기에 그 순간이 현실적이었다고.
연습을 거듭하면서 드디어 해답을 찾았다. 고아성은 어느 순간 기지감을 느꼈다. ‘바냐 삼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던 마지막 장면에서 해답을 찾았다.
‘소냐’의 생각을 읽은 고아성은 13일 라운드 인터뷰에서 “‘바냐’의 대사 중 ‘난 내 자신하고도 화해가 안 돼’라는 대사에서 공감했다. 이미 인생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 채 살아가는 막막함이 와닿았다”라며 “‘소냐’가 ‘바냐’에게 ‘평생 한 번도 행복한 적 없니?’라고 묻는데, 나한테도 와닿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무대 위 웃음이 뒤섞인 평범한 일상은 눈물로 마무리한다. 고아성은 “장면의 완성이 있다면 상대 배우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서진 선배를 어떻게 울릴지가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눈물이 쉬운 선배였다. 5회차까지 매회 울더라”라고 말해 이서진의 헛웃음을 끌어냈다.

◇ 손상규 연출과 뜻밖의 만남…이동휘의 추천이 연극으로 이끌다
고아성과 연극의 인연은 배우 이동휘를 통해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이동휘의 초대로 연극 ‘타인의 삶’을 관람했다. 당시 이동휘로부터 “배우라면 손상규 연출을 꼭 만나보라”는 적극적인 추천을 받았다.
그로부터 일 년 정도 지난 후 손 연출과 ‘반야 삼촌’을 무대에 올렸다. 고아성과 손 연출의 케미는 완벽했다. 그는 “손 연출님이 ‘소냐’가 생각보다 차분하다며 텐션을 엄청나게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를 많이 부여해주셨다”라며 “19세기 러시아의 시골에서 묵묵히 일하며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었다. 손 연출님은 등장부터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소냐’를 생각하신 것 같다. 덕분에 훨씬 활기찬 ‘소냐’가 탄생했다”라고 소개했다.
배우들은 연습 기간 각자의 다른 포인트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자기가 가지지 않은, 혹은 가지지 못 한 감정과 서사를 담아낼 수 있었다. 고아성은 “‘아스트로프(양종욱 분)’의 자연주의가 좋았다. 그러면서 묵묵히 일하며 살아가는 것에 가치가 있는 ‘소냐’의 위로를 더 깊이 남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관객들과 한 공간서 소통하는 행복…‘묵묵함’이 전한 ‘묵직함’
고아성은 아직도 무대에서 펼쳐지는 모든 순간이 신기하다. 현재까지 총 6회 공연을 마친 그는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최선을 찾아서 연습해왔다. 그런데 하루하루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한다”라며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와는 별개로 한순간에 연극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고 느낀다. 라이브 공연은 배우만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관객들도 다양한 감정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월요일을 제외한 ‘반야 삼촌’ 공연과 드라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촬영을 병행하고 있는 고아성은 “무대에 올랐다가 카메라가 앞에 놓인 것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그만큼 연극이 주는 매력이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랜 세월 연기했지만,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관객들을 무대 앞에 모시고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신기하다”라고 심적 변화를 경험한 사연을 털어놨다.
관객들과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호흡하는 매력을 느낀 고아성은 “늘 TV나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던 거리감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라며 “공연하면서 ‘소냐’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묵묵히 자기 일하면서 자기 안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대중적 친밀감과 연기적 깊이를 두루 갖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반야 삼촌’은 오는 31일까지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