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김용일 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의 ‘캡틴’ 손흥민(LAFC)만 커리어 네 번째 월드컵을 밟는 게 아니다. ‘월드컵 동기’인 베테랑 수문장 김승규(FC도쿄)도 2026 북중미 대회를 통해 통산 4회 꿈의 무대를 그린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 벨기에와 경기에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를 거쳤다. 카타르 대회에서는 주전 수문장으로 한국 축구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이바지했다. 우루과이와 1차전(0-0 무)에서는 월드컵 첫 클린시트를 해냈다.

시련이 닥친 건 지난 2024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예기찮은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하반기 실전에 복귀했으나 그해 11월 십자인대가 재파열하는 불운이 겹쳤다. 선수 은퇴까지 고민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지난해 수술과 재활을 거쳐 복귀, 특유의 동물적인 방어와 유연한 빌드업으로 소속팀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되찾았다. 지난해 9월 미국 원정 2연전을 통해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이 무릎 합병증을 이겨내 부활한 것처럼 김승규도 부상 악몽을 딛고 극적으로 북중미행에 성공했다.

김승규는 8일(한국시간) 한국의 월드컵 베이스캠프 훈련장이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1년 전만 해도 월드컵은 생각도 못했다. (부상으로) ‘축구를 다시할 수 있을까’ 고민한 시기”라며 “잘 버텨내 선물을 얻은 것 같다. 지난 세 차례 월드컵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우(울산), 송범근(전북)과 골키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그는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김승규는 골키퍼 경쟁 구도에 대해 “현우나 범근이 모두 컨디션이 좋다. 서로 경쟁하며 나도 발전한다. 셋 중 누가 나가도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경쟁자보다 나은 점’을 묻는 말엔 “실력보다 월드컵에 대한 경험”이라고 했다.

‘장신군단’ 체코와 운명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나흘 앞이다. 김승규는 “(체코는) 크로스도 많이 하고, 장신 선수가 많다. 공중볼 상황에서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수비수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수들이 (월드컵) 첫판에 부담을 느껴 제 경기를 못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엔 긴장하지 않고 우리할 것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복덩이’도 얻었다. 지난 2024년 6월 모델 겸 방송인 김진경과 결혼한 그는 4일 딸을 얻었다. 김승규는 “옆에 있어주지 못해 와이프,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으로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를 닮았느냐’는 말엔 “뱃속부터 나를 닮지 말라고 했는데, 말을 잘들었나 보다”고 웃으며 “와이프와 반반 잘 섞인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손흥민 얘기엔 “흥민이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며 “옆에서 가장 힘이 된 선수다. 주장으로 무거운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도록 하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이 됐으면 한다”고 방싯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