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유튜브에서 시작된 상상력이 또 한 번 할리우드를 뒤흔들었다. 20대 크리에이터가 만든 저예산 영화가 제작비의 약 3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며 올해 가장 놀라운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최근 유튜브 출신 케인 파슨스 감독이 영화 ‘백룸’으로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의 유튜버 커리 바커 감독이 ‘옵세션’으로 3400억원 규모의 흥행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옵세션’은 현재 전 세계 누적 수익 2억2470만 달러(한화 약 3411억원)를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이로써 ‘옵세션’은 유니버설 픽처스 산하 독립·예술영화 전문 스튜디오 포커스 피처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무엇보다 ‘옵세션’의 제작비는 약 75만 달러(약 11억4000만원)다. 할리우드 영화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는 ‘초’저예산에 속하는 규모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수천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시대에 저예산 영화가 거둔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영화는 짝사랑하는 직장 동료 니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에 손을 댄 남성이 예상치 못한 공포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러와 로맨스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적 시도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영화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유튜브는 영화 산업의 경쟁자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창작자를 배출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0세 케인 파슨스 감독은 자신이 유튜브에 공개했던 단편 콘텐츠를 바탕으로 영화 ‘백룸’을 제작해 약 1800억원 규모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인터넷 도시전설에서 출발한 ‘백룸’은 젠지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옵세션’ 역시 비슷한 흐름 속에 있다. 기존 할리우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성장한 창작자가 자신만의 감각과 팬덤을 바탕으로 극장 시장까지 진출한 사례다. 이는 영화 산업의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졌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들이 기존 스튜디오 중심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작품이 모두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와 SNS 환경에 익숙한 세대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세계관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백룸’이 인터넷 괴담을 영화로 확장했다면, ‘옵세션’은 온라인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집착과 욕망, 관계에 대한 불안을 호러 장르로 풀어냈다.

국내 관객들도 곧 ‘옵세션’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 첫 상영될 예정이다. 이미 해외에서 거대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만큼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