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몬테레이=정다워 기자]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댈러스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일본 축구대표팀 훈련장. 선수단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주인공은 요시다 마야.
그는 A매치 127경기 출전에 빛나는 일본의 리빙 레전드 수비수다. 사우샘프턴(잉글랜드)과 삼프도리아(이탈리아), 샬케04(독일) 등 유럽 빅리그를 누빈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데 2026 북중미 월드컵에 ‘훈련 파트너’ 개념으로 함께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대표팀 은퇴 경기 후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요청을 받은 요시다는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대표팀에 헌신하기로 했다. 경기에 나서는 건 아니지만 ‘정신적 지주’이자 월드컵 유경험자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날도 요시다는 모든 훈련을 함께 소화한 뒤 맨발로 일부 선수와 대화를 나눴다. 요시다뿐 아니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도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다.
벤치로 시선을 돌려보자. 일본의 유럽 진출 1세대 ‘선구자’로 볼 수 있는 나카무라 슌스케가 코치로 모리야스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레지나(이탈리아), 셀틱(스코틀랜드), 에스파뇰(스페인)에서 선수 생활한 나카무라 코치는 현역 시절 환상적인 프리킥 능력을 뽐내 국내 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을 함께하고 있다.
유럽파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독일에서 활약한 하세베 마코토도 2년 동안 대표팀에서 코치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세베는 볼프스부르크, 뉘른베르크에서 뛰다가 프랑크푸르트의 레전드가 돼 아시아인 분데스리가 최다 출전 기록을 품은 정상급 미드필더 출신이다. 그 역시 모리야스호의 핵심 인력이다.
모리야스호는 엔트리 26명 중 23명이 유럽파인 만큼 이에 걸맞은 ‘초호화’ 코칭스태프, 사단을 꾸렸다.


유럽파 ‘어벤저스’ 스태프로 무장한 일본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덜란드와 접전 끝에 2-2로 비겼다. 2차전에서는 튀니지를 4-0 격파하며 수준 높은 축구를 뽐냈다.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나미노 등 핵심 자원의 부상에도 흔들림 없는 페이스로 조별리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일본의 행보에 부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유럽파가 많다는 장점, 한국과 차원이 다른 시스템을 칭찬하며 일본을 따라야 한다고 ‘말’로 강조하는 축구인이 적지 않다. 특히 유럽에서 활약하던 레전드 선수 출신이 연일 코멘트를 날린다. 방송, 유튜브 혹은 오프라인에서 한국 축구의 빈약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말은 기삿거리가 돼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한국엔 요시다처럼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고 시간을 바치는 현역 베테랑이나 나카무라, 하세베처럼 조명받지 못하지만 코치진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레전드 출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중후반 태생 은퇴 선수의 ‘지도자 기피 현상’이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이름 있는 은퇴 선수가 코치로 밑바닥에서 일하는 걸 꺼리고, 대중의 비판을 받는 지도자 자리에 가지 않으려는 정서가 강하다. 대신 말로 평가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기능만 한다.
반면 일본은 모든 선수가 동경하던 선배가 코치로, 훈련 파트너로 함께하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까지 한다. 어느 정도 성적이 날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강한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일본의 선진적인 시스템은 배워야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은퇴 후 직업 선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지만 우리는 왜 한국의 ‘어벤저스’가 없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일본과 격차는 더 벌어질 게 분명하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