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울어도 구석에 가서 혼자 운다.”

‘0이닝 5실점’의 충격 여파는 없었다. 멘털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KIA 마무리 성영탁(22)은 “그러면 안 되지만 차라리 무언가를 때려 부쉈을 것”이라며 웃은 뒤 “운 적도 없고, 실제로 부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KIA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마운드의 호투와 타선의 맹타를 앞세워 7-3으로 승리했다. 상대 전적도 7전 전승이 됐다. 무엇보다 20일 KT전 9-10 역전패의 아픔을 털어내고 2연승을 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결과보다 의미가 컸다. 9회말 김범수의 중전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등판한 성영탁은 여동욱과 김동헌을 각각 뜬공과 삼진으로 처리했다. 서건창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케스턴 히우라를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KT전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역시 5점 차로 앞섰기 때문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성영탁은 “잘 끝내긴 했지만 범수 형이 내보낸 주자에게 점수를 준 탓에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당시 기억이 떠올랐다고 해서 ‘못 던지겠다’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짜증이 나서 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기존 정해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성영탁은 올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를 맡고 있다. KT전에서 기록한 5실점은 개인 최다 실점이었다. 그는 “그날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했다. 쉬는 날 게임도 하면서 잘 털어낸 것 같다”며 “(이)동걸 코치님께서 마무리 투수는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성영탁은 “초구 홈런도 한 두 번째 정도 맞은 것 같고, 안일하게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5점 차라 마음은 편안한 상황이었지만,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며 “컨디션도 못 던질 정도는 아니었다. 첫 세 타자에게 공을 너무 많이 던지면서 흔들렸던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리겠는 경기는 그날이 처음”이라고 돌아봤다.

이날 울컥하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성영탁은 “우는 스타일 아니”라며 “울어도 혼자 구석에서 운다. 차라리 무언가를 때려 부수거나 했을 텐데, 운 적도 없고 부순 적도 없다. 다만 초점은 흐릿했을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무너졌을 때 멘털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해영이 형이 몇 년 동안 좋은 밸런스를 유지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마무리 투수라면 빨리 잊어야 하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