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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옻골 마을의 여유로운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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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전통적인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옻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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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철로를 카페로 개조해 야경과 데이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양철교.

대구에 갔다. 서울에서 1시간도 고민하지 않고 출발하면 2시간 미만에 닿을 수 있는 여행지다. 그냥 강남에서 강북 가듯 마음만 다져먹으면 여행이 이뤄진다. 모름지기 여행지에는 특별히 기대하는 것이 몇개 있는데, 일단은 사는 곳과 좀 달라야 한다. 두번째는 흔히 접할 수 없는 먹거리가 있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자고 오가는 환경이 편리하면 더욱 좋다.

그런 곳이 대구다. 녹색 스타벅스와 롯데리아는 익숙하지만 모노레일 경전철이 도심을 관통하고 남산타워 대신 우방타워가 우뚝 선, 같은 듯 낯선 풍경. “왔어예, 그기 아이지예” 귀에 들리는 말씨도 서울과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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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골마을 어귀에 한가득 피어난 복사꽃.


막창부터 시작해 똥집, 통닭, 대구식 복매운탕, 따로국밥, 야키우동(볶음국수), 마약옥수수 등 맛좋은 먹거리가 득실한 것도 기대를 뛰어넘는다. 교통은 KTX고속열차부터 택시, 버스 등 사통발달 잘 발달했으며 숙소는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단연 최강급에 해당한다. 특급호텔로부터 관광호텔, 게스트하우스까지 단계별로 수두룩하다. 그러니 언제라도 월차 한 장내고 슬쩍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대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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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독자적인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커피명가가 운영하는 라 핀가는 실제 커피나무를 키우기도 한다.

◇거대한 심장을 품은 영남의 중심도시
대구는 스스로 ‘대한민국 3대 도시’라 자부한다. 주장을 들어보면 그렇다. 인구 수나 경제규모에 있어 인천광역시 등이 이미 대구를 앞서 있지만, 과거 직할시 승격도 그랬듯 대구는 독자적인 지역 문화를 품고 성장한 도시란 것. 또 위성도시가 아니라 오히려 주변에 베드타운 도시를 거느린 ‘대구 문화권’을 이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대대로 영남의 중심지였던 까닭에 그만큼 유교적 자부심도 강하다.

상권이 밀집한 동성로와 서문시장 등을 둘러보면 과연 근사한 심장(도심)을 품었다.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규모의 도시는 드물다. 패션 도시답게 세련된 옷차림, 트렌디한 카페와 술집이 불야성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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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커피명가 라 핀카의 과테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알고보면 대구는 커피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곳이다. 대구 로컬 커피 브랜드인 커피명가는 오랜 세월 동안 외국계 브랜드에 맞서 대구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 커피나무를 직접 재배하며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로스팅, 맛볼 수 있는 ‘라 핀카(La Finca)’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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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불로동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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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동 고분군은 그 역사적 중요성도 있지만 공원 산책로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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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동성로 삼덕동에는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바리스타들이 모여 각자의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거리가 형성됐다. 강릉 커피거리에 못지않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동성로는 명동과 종로, 홍대입구를 합쳐놓은 듯 직장인과 젊은 층이 뒤섞여 모여드는 명실상부한 최대 도심이다. 뷰티·패션숍이 가득하고 특색있는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부터 초밥집, 막창집 등이 모여있다. 핸드폰을 파는 ‘통신골목’과 차려입은 여성들이 많다고 붙은 ‘여시골목’ 등 골목문화가 발달했는데 특히 2030 골목은 튀김과 막창, 고기 등 맛난 먹거리를 파는 조그마한 식당들이 모여 있어 글자 그대로 20~30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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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에서 유명한 부바스 카페의 마약옥수수.


유명한 부바스(Bubbas) 카레의 ‘마약옥수수’를 맛봤다. 대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마약’이란 별호는 원래의 그 부정적인 의미를 떠나 뭔가 대단히 맛있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들어서니 모두들 테이블에 옥수수 접시를 올려 놓고 열심히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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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마약 옥수수는 삶은 옥수수 2개에 달콤한 치즈의 흰 가루(그래서 마약이라 부를 지도 모른다)를 잔뜩 뿌려서 내오는 것이다. 나이프로 알갱이만 썰어내 가루에 버무려 먹으면 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옥수수가 맥주와 함께 딱 어울린다. 실제 마약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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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식 복국은 먼저 콩나물을 무쳐주고 나중에는 국수나 라면을 넣어서 마지막 국물 한방울까지 먹는 것이 특징이다.



◇복, 막창, 똥집, 치맥, 아~ 짧은 밤이여
이날 대구에서 가장 먼저 맛본 음식은 바로 복매운탕이다.
영남 내륙 분지인 대구가 복으로 유명하단 얘기는 뜻밖일지 모르겠으나 정말 동인동 복집 골목은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어 이젠 전국적으로 잘 알려졌다. 마산이나 부산도 복국이 유명하지만 ‘대구식 복매운탕’과는 조리 방식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일단 빨갛다. 더운 지역이라 매운 것을 선호하는 까닭에 국물이 보통 빨갛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매운 음식을 즐기는 이라면 대구 음식이 딱 들어맞는다.
냄비 한가득 육수와 복을 넣고 펄펄 끓이다 콩나물을 데친다. 콩나물을 건져내 바가지에 참기름과 고춧가루, 참깨를 넣고 즉석에서 팍팍 무쳐준다. 맛있는 복국물 콩나물무침이 생겼다. 고 이주일 씨가 반색할만 하다.

다음에는 복매운탕을 먹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은 국물에 국수나 라면사리를 넣고 마무리를 한다. 럭셔리한 복국물 라면(국수)의 탄생이다.

부산사람들이 보면 정통이 아니라 하겠지만 입맛에 당기는 걸 어쩌랴. 이런 ‘대구식’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서울은 물론이며 강원도 태백 등 곳곳에서 이러한 독특한 방식의 복매운탕을 구경한 적 있다.

복매운탕으로 시작한 대구 ‘먹방’여행은 결국 막창집으로 이어진다. 막창을 맛보지않고 대구 음식을 논하기란 어렵다. 막창은 보통 소막창과 돼지막창을 함께 지칭하는데 부위는 다르다. 소 막창은 4번째 위를 뜻하고 돼지막창은 글자그대로 동글동글한 대창의 끄트머리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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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돼지막창.


대구 ‘안지랑곱창골목’이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에 선정됐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보다 다양한 골목을 소개하기 위해 경북대학교 쪽으로 갔다. 줄여서 ‘경대후문’로 통하는 곳이다.

막창집 뿐 아니라 맥줏집과 실내포장마차 등이 가득한 곳이라 들어서기만 해도 흐뭇하다. 막창집을 찾아들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막창집. 돼지 막창은 푸짐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한번 데쳐 기름을 빼놓기 때문에 석쇠 위에 쏟아놓고 데굴데굴 굴리 듯 구워 먹는다.

서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대구 막창장’을 보니 반갑다. 막창장은 된장을 집집마다 방식으로 묽게 풀어 부추와 땡초(매운 고추) 등을 넣어 만든 장이다. 짜지 않아 푹 담궈 먹으면 돼지 막창 특유의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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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로 유명한 대구 국일갈비.



◇KTX로 두 시간, 먹방은 계속된다
막창은 자연스레 치맥으로 이어진다. 대구는 치맥의 고향이다. 치맥축제가 대구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내 대부분의 치킨 체인점은 대구와 그 인근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교촌치킨을 비롯해 처갓집양념통닭, 멕시카나, 페리카나, 땅땅치킨 등 모두 해당되는 사실이다. 프로야구 마니아들은 모두 알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역시 그렇다.

더워서 그런지 옛이름이 ‘달구벌(닭의 벌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통닭은 대구의 대표 음식이다. 맥주 역시 더운 날씨에 무척 어울리므로 치맥은 대구가 고향이라 할 수 있다.

대구에는 ‘4대 통닭집’이 있다. 동문치킨, 뉴욕통닭, 원주통닭, 진주통닭 등이다. 그 중에서도 약전골목에 위치한 동문치킨은 역사가 무려 50년에 이른다.

고즈넉한 2층 다락이 있는 동문치킨은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른 맛과 분위기로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다. 배가 부른 터라 시식의 표본인 ‘양념 반 후라이드 반’를 주문했다. 나는 곧 대구 치킨 맛에 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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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치킨의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주문과 동시에 칼로 토막을 내서 튀기는 통닭 맛이 이리도 좋을 줄 몰랐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고기는 촉촉하고 육즙이 흥건하다. 염지를 거의 하지 않은 닭은 세지 않고 건건한 닭고기 고유의 고소한 맛을 낸다. 양념치킨 역시 끈적이지 않고 살짝 매콤한 맛을 낸다. 치맥의 본향답게 맥주가 저절로 흘러 들어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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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의 본향, 대구에서도 ‘3대통닭’으로 꼽히는 동문치킨.


여기서 끝내버리면 ‘대구 먹방투어’란 이름이 무색하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을 아니 들를 수 없다. 치맥을 먹고 다시 닭을 먹는게 이상한가. 아니 똥집(筋胃)은 닭과는 또 다른 저작감과 맛을 내기 때문에 괜찮다. 평화시장에 들어서면 매우 낯선 풍경과 마주친다. 간판마다 금기시하는 ‘똥’자를 강조한 ‘닭똥집’ 전문이라 씌여있다. 옷을 입혀 튀겨낸 ‘후라이드 똥집’이 여기서 생겨나 전국으로 전파됐다.
소주에도 어울리고 맥주에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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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보통 등심을 선호하지만 대구에선 갈비 부위를 더 높이 친다.


대구에서 고기를 먹자면 찜갈비나 갈비를 먹으면 된다. 서울에선 등심을, 대구에선 갈빗살을 최고로 친다. 등심에 비해 씹는 맛이 좋고 더 고소하다.
마블링이 좋고 갈비 가격이 저렴하다. 서울의 60~70%면 능히 배불리 채울 수 있다. 접시에 착 붙는 차진 ‘뭉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맛좋은 뭉티기 집들이 근대 골목 투어 코스 인근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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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로 끓여주는 된장찌개. 역시 매콤시원하다.


대구에 며칠 있자니 위장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납작만두며 고디탕(다슬기국)이며 아직 많은 것이 남았지만 아쉬움을 남겨두고 돌아서기로 했다. 뭐 두시간이면 닿는 곳이니.
대구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대구 전통 양반가옥이 모여있는 옻골마을(동구 둔산동),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한다. 칠계(漆溪)골로도 불린다. 1616년(광해 8년) 학자 대암 최동집이 이곳에 들어오며 집성촌을 이뤘다.
350년 수령의 느티나무 보호수와 회화나무, 낮은 지붕의 고택과 2.5㎞의 토담 등 마을의 풍광이 편안하고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 1694년 지은 종가 백불고택(대구 민속자료 제1호)은 대구의 가옥 중 가장 오래된 주택 건물이다. 인근에는 달성측백수림(천연기념물 1호)과 불로동 고분군, 팔공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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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로 변신한 아양기찻길.

1936년에 설치된 아양철교를 개조해 시민들의 쉼터로 만든 아양기찻길은 들러서 쉬어가기에 좋다. 투명바닥으로 강물이 보이는 철교 위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현재 대구시는 아영철교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금호강의 현재와 미래를 홍보하는 센터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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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봉반점은 파기름으로 들들 볶은 짬뽕과 볶음밥, 중화비빔밥으로 유명한 집. 외진 구석에 있어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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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봉반점 바람돌이 짬뽕.

●먹거리=대구 4대 통닭은 원주통닭, 뉴욕통닭, 진주통닭, 동문치킨을 말한다. 동성로 원주통닭은 어린시절 특별한 날 먹었던 그 옛날 시장 통닭맛이다.(053)424-5129. 남산동 진주통닭은 튀긴 닭과 절임 무, 간장에 절인 양파, 마늘 소스와 부추 겉절이의 조합이 환상적이다.(053)255-0270. 이름도 특이한 뉴욕통닭은 동아쇼핑 인근에서 30년을 영업해온 오랜 전통의 맛을 자랑한다.(053)253-0070. 동문치킨은 여름날 도로변에 좌판을 깔고 먹는 치맥이 아주 맛있다.(053)254-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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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봉반점 볶음밥.


대현동 수봉반점의 바람돌이 짬뽕은 돼지고기를 넣어 고소하고 매콤 시원한 국물에 계란 후라이를 올려주는 옛날식 짬뽕맛을 자랑한다. 전국 10대 짬뽕에 꼽히는 곳, 중화비빔밥과 볶음밥도 맛있다.(053)941-1503.
40년 전통의 국일생갈비는 한우생갈비를 잘하는 곳이다. 암소만 써 고소하고 부드럽다.(053)254-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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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불로동 시장 안에 있는 ‘묵 쳐먹고 가는 집’은 겉절이를 손으로 죽죽 찢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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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불로동 ‘묵 쳐먹고 가는 집’의 묵국수. 고소하고 시원하다.

불로시장 내 ‘묵 쳐먹고 가는 집’은 메밀로 만든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 주문을 하면 김치 겉절이를 가져와 즉석에서 손으로 쭉쭉 찢어준다. 시원한 국물에 말아낸 묵국수가 굉장히 고소한 맛을 낸다.(053)983-8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