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홍콩 아트바젤과 유명 미술가들의 현지 전시 풍성
[스포츠서울 왕진오기자 ] 7만여 관람객이 몰린 아시아 현대미술 최대장터 홍콩 아트바젤 2016은 그림을 갖고 전 세계에서 자웅을 가리는 올림픽과 같은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지난 3월 23~26일 홍콩 아트위크는 미술애호가들에게는 꿈같은 한 주가 됐다. 볼 것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은 가운데, 단순히 열정만을 갖고 홍콩행 비행기를 탄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여행사나 지인을 통해서 현장을 찾는 경우, 6시간 이상 발품을 팔며 수많은 그림을 보고난 후에는 더 이상의 그림 관람보다는 홍콩 야경을 헤매는 관광객 모드로 변신하기 쉽다.
홍콩 아트위크 기간 중 한국미술경영연구소(KAMI, 소장 김윤섭)가 꾸린 '2016 홍콩 아트투어'는 시작 전부터 미술 애호가들에게 전 세계 미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퍼져 작가, 갤러리스트, 컬렉터, 사업가 등 30여명의 인원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효율적인 시간을 투자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섭렵했다.

▲아트 센트럴 전시장에 꾸려진 갤러리현대 부스.(사진=왕진오기자)
◇비 내리는 천막 텐트 속 아트페어 '아트 센트럴(ART CENTRAL)'
작년에 새롭게 문을 연 아트 센트럴은 센트럴의 하버프론트의 텐트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다. 아트홍콩의 설립자이자 아트페어 전문가인 팀 에첼스와 샌디 앵거스가 운영하는 페어로 작년 화려하게 데뷔했다.
올해 2회를 맞이하면서 20개국 100여개의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한국은 이화익갤러리, 갤러리현대, 박영덕갤러리, 갤러리 바톤, 카이스갤러리, 갤러리3, 조현화랑, 갤러리LVS, 가나아트,UNC갤러리, 이유진갤러리 등 11여개 갤러리가 현장에 작품을 전시했다.
갤러리현대와 가나아트가 아트 센트럴에 부스를 꾸민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아트바젤 홍콩 주최 측의 엄격한 자격 조건인 "미술품 경매사를 겸업하고 있는 화랑은 참가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곳에 전시 공간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 센트럴 전시장의 관람객들.(사진=왕진오기자)
아트 센트럴에는 뉴미디어 및 퍼포먼스 아트를 선보이는 전시인 MEDIA X MUMM 특별전, 시드니의 Centre for Contemporary Asian Art 가 아시아에서 현재 개최되고 있는 컨템포러리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슈를 소개하는 ROUNDTABLE X 4A, 홍콩의 비영리 전시공간 Experimenta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Gina Wong이 큐레이팅한 SCREEN X EXPERIMENTA를 통해 다소 실험적이고 서사적인 영상 작품들도 소개됐다.

▲홍콩 크리스트 경매사.(사진=왕진오기자)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홍콩, 그리고 한국의 아티스트들
홍콩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홍콩이 새롭게 론칭한 '퍼스트 오픈' 세일은 고가 위주의 그림에서 벗어나 300만 원대의 소품을 갖고 저변 확대를 시키려는 대형 경매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홍콩 크리스티 정윤아 스페셜리스트가 ‘퍼스트 오픈’ 경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기자)
특히, 크리스티 경매사의 한국인으로 근무 중인 정윤아 스페셜리스트가 소개하는 경매 이야기와 청바지 작가로 알려진 '최소영(37)', 동구리 캐릭터 이미지로 인기를 모은 '권기수(44)'의 작품이 경매에 출품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M+Sigg 컬렉션' 전 열리고 있는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중국 현대미술 40년사를 한 자리에서 'M+Sigg 컬렉션'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컬렉터 울리 지그가 기부한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컬렉션 'M+지그 컬렉션'전은 중국판 민중미술 작품들을 통해 현대 중국 미술 40년사를 조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1974-1989년 섹션에는 왕광이, 장 웨이, 황루이 등 중국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걸렸다. 1990-1999에는 20세기를 목전에 둔 마지막 10년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팡리준, 장 페이리, 쑹둥의 작품들이 1990년대 중국 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M+Sigg 컬렉션' 전 열리고 있는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2000-2012 에는 장환, 스신닝, 리우웨이 등 21세기를 맞은 중국이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의 경제, 사회적 충돌과 급속한 경제 개발로 인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이 담긴 작품들이 함께했다.
스위스 대사를 지냈던 울리 지그는 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예견하고 수집한 작품들을 미술사적 재조명 작업을 거쳐 현재 중국 현대미술의 궤적과 미래 비전에 대해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과 아카이브를 볼 수 있었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7만 관객이 운집한 아시아 최대 그림 시장 아트바젤 홍콩 2016
USB의 후원으로 열린 아트바젤 홍콩은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 두 개 층을 사용하는 엄청난 규모로, 가고시안(Gagosain Gallery),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Gallery), 화이트 큐브(White Cube), 하우저&워스(Hauser & Wirth), 리슨 갤러리(Lisson), P. P. O. W. 아쿠아벨라(Acquavella Galleries), 블룸&포(Blum & Poe)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내놓은 대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을 비롯해 이정재, 빅뱅의 탑, 송혜교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VIP 개막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갤러리, 리안갤러리, 박여숙화랑, PKM갤러리, 원앤제이, 313아트프로젝트, 갤러리 이엠 등 9개의 갤러리가 '갤러리', '디스커버리', '인사이트'를 통해 참여했다.
특이 이들 갤러리들은 작년 말부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단색화 작품에서 벗어나 저마다 색깔 있는 작품을 내놓아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학고재갤러리는 서용선, 강요배, 신학철 등 이름바 민중미술 계열의 리얼리즘 작품으로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전시장에 리안갤러리 부스.(사진=왕진오기자)
올해는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가 독일 작가인 이사 켄즈켄(Isa Genzken)의 2015년 작품 'Schauspieler 3, 1'(배우들 1,1)을 선보였다. 정교한 소품과 액세서리들을 들고, 옷을 한껏 차려입은 마네킹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K아트 발판 놓는 연필작가 홍경택과 박서보의 단색화
홍콩 시내 PMQ 옆에 위치한 파큐브 아트센터에서 4월 30일까지 홍콩 첫 전시를 진행하는 연필작가 홍경택(48)과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낮선 이국땅에서 한국 작가를 직접 만나 작업세계와 함께 앞으로의 목표 그리고 다음 작품 계획까지 들을 수 있었다.

▲파크뷰 아트센터에서 전시중인 홍경택 작가와 KAMI 아트투어 일행들.(사진=왕진오기자)
홍콩 아트위크 기간 중 리만 머핀 갤러리와 화이트 큐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트레이시 에민(Tracy Emin, 53)의 개인전 'I cried because I love you'전은 작가의 작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강렬하게 다가왔다.

▲홍콩 화이트큐브에 전시된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들.(사진=왕진오기자)
그녀는 성폭력과 낙태, 마약 중독 등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으며 자신의 아픔을 작업을 통해 승화하는 능력을 가진 예술가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는 2015-2016 신작들로, 그동안의 설치 작품과는 다르게 손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드로잉과 페인팅, 자수로 표현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영국의 현대미술을 이끄는 화이트 큐브는 데미안 허스트 등 창의적 신예 작가 발굴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들은 아트 허브인 홍콩을 통해 전략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을 꾀하는 한편 감각적인 신진 아티스트를 적극 발굴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박서보 화백의 '묘법'이 전시되고 있는 페로탱 갤러리.(사진=왕진오기자)
코노트로드 센트럴 50번지에 같이 입주해 있는 페로탱 갤러리는 최근 한국에 지점을 낸다는 소식과 함께 단색화 선두주자 박서보(85) 화백의 '묘법'을 전시하고 있어 홍콩을 찾는 한국 관계자들의 명소가 됐다.
페로탱 갤러리는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20년 넘도록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모았다. 또한 최근 한국인 컬렉터와 유명 연예인들의 발길이 잦은 것도 특징이다.

▲페로탱 갤러리에서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기자)
◇한국 미술품 경매사의 홍콩 경매 현장
국내 미술품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K옥션의 홍콩 경매장은 130여 명의 응찰자들이 좁은 경매장에 한국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작품을 영혼 없이 사는 장면을 연출하며 낙찰액 87억 원을 기록했다.

▲K옥션 2016년 3월 홍콩 경매 현장.(사진=왕진오기자)
3월 25일 오후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 메자닌층에서 진행된 K옥션 3월 홍콩 경매에 출품된 김환기 화백의 뉴욕시대 전면점화(15-XII-72 #305)가 21억 8188만 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경매 시작 전 박서보 화백의 '묘법' 시리즈 2점이 출품 취소되며 응찰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매년 서울옥션과 K옥션의 홍콩 경매를 하루 차이로 볼 수 있었으나, 올해는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는 4월 4일 진행되어 국내 양대 경매사의 홍콩 세일 장면을 현장에서 보는 것은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글로벌 예술플랫폼 PMQ.(사진=왕진오기자)
◇인사동 쌈지길 을 떠올리는 글로벌 예술 플랫폼 PMQ(Police Married Quarters)
한국의 문화거리 인사동의 쌈지길 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연상하게 하는 홍콩의 시각 예술가를 교류하게 만들고, 창작공간인 PMQ는 도시 재생 플랫폼으로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글로벌 예술플랫폼 PMQ.(사진=왕진오기자)
디자인 숍, 아티스트 작업실,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공간 등 여느 복합문화공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으나, PMQ는 각 층 마다 빵 만드는 법을 배우는 스튜디오들이 한 집 건너 운영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모았다.
PMQ는 1889년 최초의 공립학교 센트럴 스쿨로 시작, 1951년부터는 홍콩 경찰의 기혼자 숙소로 쓰인 공간으로 2000년 이후 방치되던 건물이었다.
2010년 홍콩정부가 버려진 건물을 신진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창작 지원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현재 100여명의 디자인, 공예장르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으며, 작품 창작뿐만 아니라 판매,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패더 빌딩에 위치한 펠럼 갤러리 전시에 전광영의 작품이 놓여있다.(사진=왕진오기자)
또한 소호 지역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홍콩 시민과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 작품 품평회, 워크숍, 나이트마켓 등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함께한 홍콩 아트위크는 최대 7일의 시간이 지난 후 전시장의 조명이 꺼지면, 또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소리 없는 전쟁의 장을 세계로 확장한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전시장.(사진=왕진오기자)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방문한 이들이 무엇을 눈과 마음에 담고 갈지는 각자의 자유 의지일 것이다.
목적을 갖고 출발한 홍콩. 아시아 최대 그림 시장 속 글로벌 갤러리에서 열리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홍콩의 멋진 야경과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은 덤으로 여기며 다시 돌아올 홍콩 아트위크를 기대하게 만들 것이다.
wangpd@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