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이미 많이 나갔지만, 더 빠져나갈 수도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관계자의 자조섞인 목소리다. 지상파 방송국이 ‘철밥통’이라 불리던 시절은 옛말이 된지 오래.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의 약진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인력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올드미디어인 신문이 1차 타격을 받았다면 2차는 방송이다. 방송사의 누적적자는 쌓이고 제작진에게 떨어지는 수익 압박은 늘어나고 있다. 몸값이 비싸고 찾는 곳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떠날 곳을 돌아보게 되는 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2011년 이뤄졌던 이적 러시가 종편출범 효과였다면 최근의 러시는 사뭇 형태가 다르다. 올해만 KBS, MBC 양사에서 10여 명의 PD가 회사를 떠났다. 최근 종영한 한류화제작 KBS2 ‘태양의 후예’의 함영훈 PD는 방송 초반 이적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전창근, 김진원 PD 등 세 사람은 지난주 종편 JTBC로 이적을 확정지었다. MBC는 예능국이 폭탄을 맞았다. ‘일밤-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라디오스타’ 전성호, ‘무한도전’ 손창우 PD가 최근 CJ E&M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는 가수다’ 신정수, ‘나 혼자 산다’ 문경태, ‘우리 결혼했어요’ 강궁 PD 등은 중국시장으로 진출했다.
앞서 중국에 진출한 ‘쌀집아저씨’ 김영희 PD의 뒤를 잇는 해외진출이다. 김 PD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폭풍효자’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예능한류의 새 장을 열었다. 김 PD의 활약에 고무된 MBC 후배들이 속속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같은 러시가 단순히 높은 이적료와 파격적인 제작지원 때문만은 아니다. PD들의 엑소더스에는 보다 복잡한 내부사정이 있다.
|
KBS는 최근 조직 전체를 흩어서 기능별로 붙이는 조직개편안이 공개돼 조직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예능국과 드라마국 등 제작본부의 소속원들이 모두 개별 프로덕션 소속으로 들어가 경쟁을 통해 예산을 따내는 방식이 적용된다. 공영성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제작조직 자체를 와해시키는 안이다.
앞서 MBC는 지난해 11월 사상초유의 직종폐지를 선보인 바 있다. 기자, 아나운서, 방송기술 등 직종 구분을 없애는 안이 공개되면 엄청난 내부반발에 휩싸였다. 이는 곧 공영방송에 대한 로열티 붕괴로 이어졌고, 많은 PD들의 이적으로 이어졌다. 이번 KBS의 안은 MBC의 조직개편안보다 한 수 위다. KBS 관계자는 “회사를 십년 넘게 다니면서 이렇게 황당한 조직개편안은 처음 본다. 예능국과 드라마국이 모두 하청업체로 전락한다. 제작인력 모두가 나가 돈벌어 오라는 것 아닌가. 공영방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이름있는 PD들은 지상파 방송사에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외부가 좋아보여서 가는 것만이 아니다. 내부가 견딜 수 없어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gag1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