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용 대표이사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이제는 700만 관객까지 넘보는 여유도 생겼다. 영화 ‘럭키’는 영화제작자 임승용 대표에게 행운으로 다가와 흥행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오는 9일 유지태 주연의 ‘스플릿’, 10일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럭키’의 질주에 제동을 걸지는 아직 의문이다. 7일 까지 643만 3039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한 영화는 개봉 5주차에 들어서도 평일 하루 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 중으로 700만 고지를 넘보고 있다.

영화는 성공률 100%의 완벽 카리스마 킬러가 목욕탕 키(Key) 때문에 무명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반전 코미디물.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Key od Life)을 리메이크해 운을 뜻하는 영어 럭(Luck)과 열쇠 키(Key)를 조합한 단어가 모여 ‘럭키’라는 제목이 만들어졌다. 특히 올 초 ‘아가씨’에 이어 ‘럭키’로 ‘흥행+화제’ 모두를 잡으며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선구안 좋은 제작자로 확실히 안착한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를 만나 그의 성공요인을 들었다.

-제작자의 몫이라고 할까요. 영화제작자 임승용, 감독과 다른 어떤 무게를 지닌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제작자와 연출자 그리고 감독은 많이 다르죠. 저는 원칙을 정하고 지켜야 한다면, 연출은 불합리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기다리고 얘기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역할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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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름’ 임승룡 대표의 16번째 작품인 영화 ‘럭키’의 포스터.

- 현재 650만 흥행 럭키. 솔직히 이같은 흥행은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럭키’는 ‘아가씨’와 같이 가는 운명이었어요. ‘아가씨’의 시나리오를 위해 일본에 헌팅을 갔는데, 지나가다 팜플릿을 봤어요. 뭔가 끌렸죠. 일본 친구에게 “보고싶다”고 했더니, 그날 밤 호텔방으로 DVD를 가져다줬죠. ‘이 소재를 갖고 영화를 해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영화적으로 어떤 부분이 상업적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우선 제가 재밌어야 했고, 직원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했을 때, 내가 느끼는 호응만큼 재밌어야 하거든요. 우선 거기서 부터 출발을 해요. 저 역시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잘 돼서 기뻐요. 손익분기점(250만 관객)을 넘는게 목표였는데, 훨씬 잘 됐죠. ‘나 한테도 이런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일까요

음… 제가 기대했던 스토리였고,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시선을 받았던 작품이 전작인 ‘아가씨’ 였어요. 반면, ‘뷰티인사이드’는 제가 느낀 느낌은 굉장히 좋았는데, 기대만큼 흥행이 되지않아서 어떤 부분에서 저주 받았던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아가씨’는 기대했던 것 보다는 못 미쳤고, ‘럭키’는 기대한 것 이상의 효과가 났죠.

-제작자로 영화를 대하는 마음이라고 해야할까요. 임 대표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대중이 늘 우리보다 앞선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마음이 모여서 움직이는 방향은 문화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늘 만드는 사람들 보다 앞서 있거든요. 실제로 ‘럭키’ 무대인사에서 보면 가족단위로 많이 보셨어요. 생각치 못했던 측면이었죠. ‘가족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 없었어요. 영화속 이같은 분위기는 냉정히 얘기하자면, 작가의 머릿속에 있었어요. ‘럭키’가 관객들과 소통을 한 것은 그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가족적인)그 부분을 녹여들어가서 그러지 않은가 싶어요. 관객들이 바라는 문화에 대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것, 매번 영화를 만들 때 마다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이 것 같아요.

- 영화 제작자 임승용의 멘토라고 해야할까요. 일을 할 때 늘 떠올리는 사람이 궁금합니다

마음속에 두 분의 스승님이 계세요. 대학교 지도 교수님 그리고 제가 잠시 직장 생활을 한 디즈니의 사장님이죠. 훨씬 더 뛰어나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몇 번의 마음 깊이 새겨진 에피소드가 있어요. 대학원 때인데 학점이 너무 형편없이 나온거죠.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갔죠. “고민을 하면 할 수록 그 무게 때문에 더 신중해지고, 디테일하게 결정을 할 수 있다”라면서, 제 리포트에 전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갈팡질팡했다는 게 정답이었어요. 제 심리상태가 글로 나타났나봐요. 깊이 생각하지 않은 실패는 당연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디즈니 사장님은 기다려주시는 분이었어요. 제가 참 사고를 많이 치는 직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인데도, 늘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기다려주시더라고요. 반면, 저는 그런 사람이 못돼요. 직원을 닥달하고, 감독님들한테도 강하게 무언가를 원하기도 하고. 항상 마음속에서 두 분을 떠올리죠.

임승용 대표이사
임승용 대표의 사무실에는 도서, 술, 음반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그는 이 공간 안에서 또 다른 것들에 대한 탐색과 공부를 통해 힐링을 한다고 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영화일을 하지 않을 때의 사람 임승용도 궁금합니다

영화일을 안 할 때는 정말, 관련없는 것을 보곤해요. 사무실에 다 있어요. 방에 술이 많잖아요.(웃음) 증류주가 갖고있는 철학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이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제가 문과 출신이라 기계치임에도 오디오도 좋아하죠. 음악을 듣는 것은 늘 하는 일 인것 같아요. 가요 부터 클럽음악, 클래식 까지 음악도 잡식이죠. 귀에 들리는 음악이나 선율이 있으면, 약간 파고들어가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을까’라고 찾기도 하죠.

-제작자 임승용에게 박찬욱 감독은 어떤 의미일까

PD라는 일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았을 때 함께 작품을 했죠. 제가 치기어리게 감독님을 ‘붙어서 싸워 이겨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디테일하고, 완벽주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정말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든요. 그게 정말 괴로왔어요. 지금은 뭐랄까. 옆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그 분이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리고 싶어요. 10년이 넘는 시간의 세월이 흐르니까 변하더라고요. 그냥 마음속으로 ‘언젠가 감독님과 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 때는 어떨까…’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훨씬 많이 들었죠.

- 감독들과 부딪힘이 생겼을 때 제작자로서는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요

그때 그때 달라요. 그것이 소설이든 영화든 갖고있는 핵심이 시나리오로 만들어졌을 때, 디테일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죠. 또 돈의 유무를 떠나 아이템이 갖고있는 기본적인 콘셉트를 흔드는 것은 단호하게 ‘싫다’라고 하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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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름’의 임승용 대표.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임승용 대표가 선호하는 배우 그리고 잘 맞는 감독이 있다면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선호하는 배우 보다는 존경하는 배우가 있죠. 최민식 선배. 그리고 함께 작품을 안해봤지만 송강호 선배도 존경해요. 제작자 마음속에는 이런게 있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 어떤 작품을 염두에 두고 제안을 했을때, 그것을 거절 당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떠나, 부정적인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러면 다음이 어려우니까요. 내 제안이라고 해서 무조건 귀하게만 생각해줄 수는 없을테니까요. 감독님은 너무 다 다르니까, 자기 세계관들이 있잖아요. 연출자를 캐스팅할 때 그가 만들어온 작품의 결과나 장르 등 그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미 박찬욱 감독님에게 많이 배웠죠. 또 정지우 감독님은 영화에 대해 그가 갖고있는 태도를, 류승완 감독이 갖고있는 번뜩거리는 아이디어도 부럽고. 그러면서 배우는 것 같아요.

- 임승용 대표는 판권을 잘 골라 제대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로 통합니다

석사학위 논문을 ‘소설의 시나리오 각색 연구-오발탄을 중심으로’를 썼죠. 그 경험이 참 오래 남은 것 같아요.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그대로 옮기는 거라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영화 자체를 만들기 위한 소스일 뿐이죠. 또 제 머릿속에서만 생각해낸 오리지널, 그런 능력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의논할 수 있는 것들을 영화로 다시 만들었던 것 같아요.

- 현재 ‘용필름’에서 준비중인 작품에 대한 설명좀 해주시죠

최민식 선배 주연의 ‘침묵’이 있어요. ‘테이큰’ 류의 액션물이고, 딸을 구하는 아버지 얘기죠. 배우 최민식과 감독 정지우가 20년 만에 만난 작품으로 기대가 높아요. 이해영 감독의 ‘독전’ 이라는 작품이 있죠.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것이 벌어지는 스타일이 있는 액션물이고, 백종열 감독의 ‘413’은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대통령과 경호원 그리고 남북문제 등 정치적인 이슈를 담았죠. 모두다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제작자 임승용의 성공요인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방자전’을 거쳐 지금의 용필름이 만들어졌어요. 16번째 ‘럭키’는 잘 됐고요. 제가 제작한 모든 영화가 다 잘되지는 않았어요. 그 외에 묻혀버린 작품들도 있고, 잘된 작품도 있지만, 스스로 성공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이 조직에 있는 식구 PD 그리고 감독님들이 좀 더 자기 생각대로 영화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바탕이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는 만들어지는 것이고, 최선을 다하죠. 그 결과물로 인해 서로에 대해 거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와 안해도 괜찮아요. 또 감독님들이 다음 작품을 할 때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세계관을 펼칠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주고,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도 언젠가는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의 직원들이나 PD들이 자신의 작품을 해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즐거움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감독님들이야 알아서들 잘 해요.(웃음)

whice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