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수지기자] 직장인 김모 씨(24·여)는 "어릴 적부터 가정환경도 불우했고, 왕따에 시달리거나 어른들의 가르침과 반대로 놀아보기도 하며 정상적인 교우관계를 맺지도 못했고, 뚱뚱하기까지한 콤플렉스 덩어리"라며 "현재 160㎝에 45㎏까지 죽을 만큼 노력해 살을 뺐고, 전신 지방흡입을 받았으며, 쌍꺼풀에 코성형까지 했는데 인생이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날 보고 예쁘다는 사람이 늘고 있고, 원하는 44사이즈 옷을 입는 등 외모가 달라지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며 "하지만 여전히 식욕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폭식에 시달리는 데다가 구질구질한 내 인생이 그대로라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형중독은 유명인도 비껴갈 수 없다. 영국의 록밴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의 멤버 고(故) 피트 번즈는 성형중독으로 300회 이상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하며 "천국에 갔을 때 신께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20여 년 전 히트곡 ‘You Spin Me Round(Like a Record)’가 성공한 이후 외모에 집착하게 됐으며 점점 자신의 본래 얼굴과 멀어져갔다.
최근 외모콤플렉스로 성형중독·폭식증 등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외모는 하나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콤플렉스를 개선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고, 혹독한 다이어트에 나서는 사람이 적잖다.

유은정 굿이미지심리치료센터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형수술이 콤플렉스 해결책으로 부상한 것은 아름다운 외모로 받는 이익보다 그렇지 않은 외모로 받는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자발적으로 성형수술을 결심한다기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성형중독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인을 외모로 판단하는 시대가 되면서 성형수술에 관대해진 사회적 인식도 성형중독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으며, 이들에게 ‘무조건 성형하라’고 부추기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외모 가꾸기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아름답게 인정하는 ‘자존감’을 높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준다.
성형수술로 내면의 트라우마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유 원장은 "성형수술을 받은 뒤 겉모습은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해도 ‘내면 속의 나’가 아직 변화된 인생을 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헛것"이라며 "저하된 자존감 탓에 성형수술을 결심했다면 그보다 자존감을 높이는 심리치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방치하면 일종의 정신질환인 ‘신체이형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자신의 얼굴을 과장해서 바라보게 된다. 결점이 없고, 남들이 보기엔 아름다운 외모라도 정작 당사자는 ‘마치 얼굴이 괴물처럼 보인다’고 느낀다.
결국 신체이형장애를 앓는 환자는 만족하지 못하는 외모를 고치기 위해 성형시술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정작 마음은 그대로여서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수술 후에도 외모에 끊임없는 불만을 느끼며 재수술을 거듭해 성형중독에 이르게 된다. 쌍꺼풀수술을 했더니 코가 못생겨 보이고, 안면윤곽을 했더니 이마가 넓어 보이는 게 이런 사례들이다. 결국 무기력증,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을 동반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진다.
유은정 원장은 "외모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성형중독, 신체이형장애 환자들은 성형으로 자신의 인생이 화려하게 변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버려야 한다"며 "외모는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의 여러 부분 중 하나에 불과한데 ‘외모만 바뀌면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인생에서 외모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폭식장애도 성형중독과 비슷한 맥락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형중독과 다이어트중독·폭식증은 동반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는 "많은 임상시험 결과 폭식증은 우울함, 공허함, 외로움, 슬픔 등의 감정을 먹는 것으로 대체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리적 허기의 원인을 파악해야 요요현상을 피하고 마음이 편한, 건강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은정의 좋은의원에서는 폭식증 치료를 위해 식욕억제제 대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활용한 약물치료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부설상담기관인 굿이미지심리치료센터에서 낮은 자존감을 높게 만들어주는 자존감 향상 심리상담 및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뉴미디어국 sjsj112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