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다양성은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절대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난 19세기 아일랜드에서 감자 대기근이 있었습니다. 감자를 주식으로 했던 아일랜드에 1845년 감자마름병이 덮쳤고, 불과 2개월 만에 전 아일랜드가 대 기근을 맞았습니다. 역사가들은 이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람이 최고 100만명에 이르고 이민을 떠난 사람도 15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비극의 원인은 뜻밖에 매우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감자마름병은 특정 감자종에서 발현되는 곰팡이 병이었고, 아일랜드에서는 거의 단일 종 감자만이 재배됐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은 생물 생태계만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 예술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여러 문화 예술활동을 보면 대부분 자유 민주주의 선진국의 것들입니다. 한류문화도 우리 사회가 다양화됐고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생태계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과거 우리 문화가 단순했을 당시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문화 예술활동을 동경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동경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고 그 안에서 대중들에게 더 재미있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문화가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차이나조이 전경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7’

지난 27~30일 중국 상하이 뉴 국제 엑스포 센터에서는 세계 3대 게임전시회로 성장해가고 있는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7’이 열렸습니다. 과거 짝퉁 게임의 전시장이자 더위에 사람들만 몰린다고 해서 ‘사우나조이’라고 불렸던 차이나조이가 어느 정도 성장했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해 갈지를 바라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이제 한국이 중국 게임산업을 따라잡기는 요원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한국과 일본의 게임을 그대로 베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중국 고유의 게임 콘텐츠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오덕 문화’라고 말하고 있는 마니아 문화가 더해져 한층 다양하진 게임 콘텐츠들이 현장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찾은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는 “중국 마니아 문화을 일컫는 중국의 ‘2차원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흐름을 진단했습니다. 이제 중국이 게임에서만큼은 다양성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바일게임 ‘소녀전선’이나 조만간 출시될 ‘음양사’ 같은 게임이 이를 대변해줍니다.

이러한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을 보며 우리 게임산업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규제로 개발자들은 다양성을 추구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프레임으로 창의성 뛰어난 인력들은 게임산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에서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은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기술력에서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여기에 한국에 비해 10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시장, 다양성까지 더해지고 있는 중국 게임산업을 바라보면서 이제 한국은 적수가 되지 않는구나를 실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5년 후 미래를 그려봅니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이 한국게임을 외면하고 중국 모바일 혹은 VR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이러한 미래가 예측으로만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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