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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2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K리그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제공 | 전북 구단

[완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대표팀 은퇴 선언은 없다. 현역에서 물러날 일은 더더욱 없다.

한국 나이 마흔에 골을 넣고 팬들 박수를 받는 이동국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979년생인 그가 현역 연장의 강력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계약에 관한 전북 구단의 적극적인 자세도 촉구했다. 그는 “내 자신을 채찍질하며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 이동국은 뭔가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란 생각을 갖도록 준비할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전북은 2일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올해 K리그 클래식 우승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전북이 우승할 때마다 화제가 되는 선수, 이동국은 올해도 회견장에 나왔다. 그는 지난달 29일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는 팀의 3번째 골을 넣었다. 이 득점은 자신이 고대했던 프로 통산 200호골이어서 더욱 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제주전 직후 인터뷰에서 “올해 은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빨리 은퇴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내년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다. 시즌이 끝난 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게다가 다음 날인 30일엔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젠 이동국을 아름답게 보내야 할 때”라고 발언, 축구팬들 사이에선 ‘이동국 대표팀 강제 은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3~4일이 지났다. 시종일관 밝게 웃은 이동국은 마음을 잡았는지 내년에도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운동장에서 뛰는 게 행복하다. 자신감도 있다. 무엇보다 올 여름 최강희 감독님과 면담을 통해 ‘내년에도 같이 가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며 “주변에서 이 곳이든 다른 곳이든 선수 생활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신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38세 이동국이 뛴다고 들었다. 그게 한국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의 최근 인터뷰도 거론했다. 이동국은 “그것 때문에라도 은퇴해야 하나란 생각을 잠시 했다. 이동국이란 선수가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말하지 않는 것 같아 섭섭했다”며 “섭섭할 수 있지만 후배들이 경쟁을 통해 날 이기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은퇴도 없다. 신 감독은 “K리그의 영웅 이동국을 아름답게 보내줘야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동국이 좋은 찬스에서 골을 못 넣으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이동국 발탁할 계획이 없음을 못 박았다. 둘은 지난 8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만 해도 의기투합, 한국의 9회 연속 본선행 기쁨을 함께 맛 봤으나 이후 각자의 길을 갈 상황에 놓였다.

이동국은 신 감독의 이런 발언과 자신의 대표팀 제외를 둘러싼 논쟁 마저도 고맙다는 뉘앙스였다. “내 역할은 본선 진출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동국은 “이런 나이 선수의 대표팀 제외가 뉴스에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아직도 한국 축구에서 필요한 선수라고 느껴졌다”고 했다. 다만 선수 생활을 관두는 날까지 대표팀의 꿈을 버리지 않겠다는 자신의 생각엔 변함 없음을 알렸다. 이동국은 “선수로서 국가를 대표해 뛰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내 발언을 지키고 싶다”며 신 감독의 발언을 사실상 받아쳤다.

이로써 이동국은 2018년에도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통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전북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아 재계약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해 연봉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이동국은 2014년(11억1400만원)과 2015년(11억1300만원)에 국내 선수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8억70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전북 측은 그의 상품성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8골 5도움으로 2009년 전북 입단 뒤 처음 한 자리 수 골을 기록한 만큼 연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나이까지 계산에 넣으면 조정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는 “보통 여름 지나면 재계약을 했는데 올시즌은 아직 이야기가 없다. 떠나야 할 시기인가란 생각도 들었다”며 “FA 대박을 터트려 이재성(미드필더)과 해외 진출을 해야하나”란 농담까지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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